여야가 이달 중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을 통과시키기로 합의한 가운데 해외 정보기술(IT) 공룡이 은산분리 완화의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 재벌의 사금고화를 우려해 국내 대기업 자본의 인터넷은행 소유만 막으려다 되레 아마존·알리바바 같은 해외 IT 기업에만 문호를 개방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12일 국회 및 금융권에 따르면 정무위원회 소속의 일부 의원실은 국회입법조사처에 외국계 기업이 국내 인터넷은행의 대주주로 참여하는 것에 대한 법적 검토를 해달라고 요구했다. 국회입법조사처 관계자는 “인터넷은행 특례법이 정무위 전체 회의에 상정하면 이 같은 문제도 같이 논의될 것”이라고 밝혔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을 대표 발의한 정재호 의원을 중심으로 국내 거대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에 은산분리 완화를 적용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데 논의를 집중하고 있다. 지난 2016년 발의될 당시 정 의원 안은 인터넷은행에 한해 산업자본의 지분보유 한도를 34%까지 확대하되 개인 총수가 있는 대기업 집단(자산 10조원 이상 상호출자제한기업)을 배제하도록 했다. 이 때문에 더불어민주당은 카카오나 네이버의 자산이 불어날 가능성을 고려해 ICT 기업에 한해 자산규모가 10조원을 넘더라도 대주주가 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텐센트·알리바바·아마존 등 해외 거대 IT 기업이 인터넷은행 시장에 진출하는 것에 대해서는 별도 논의는 하지 않고 있다. 금융 당국도 법안에 외국계 자본을 따로 차별하는 식의 명시적 조문을 두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만약 해외 산업자본이 인터넷은행의 대주주로 나서겠다고 신청해도 금융 당국이 인가의 적정성을 따질 것이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부에서는 외국계 자본이 이미 국내 인터넷은행 시장에 관심을 보이고 있어 향후 대주주로 진출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관측한다. 실제 중국의 거대 IT 기업으로 자국에서 위뱅크를 운영하는 텐센트는 카카오뱅크의 지분 4%를 보유하고 있으며 중국 알리바바의 금융 자회사 앤트파이낸셜은 카카오페이에 2억달러(2,300억원)를 투자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외국계 거대 자본이 새로운 국내 인터넷은행의 주인으로 등극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미국의 페이팔이 유럽 룩셈부르크에 페이팔은행을 설립한 것처럼 규제 완화를 계기로 글로벌 IT기업의 진출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오정근 건국대 금융IT학과 교수는 “금융의 국경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면서 “인터넷은행 사업은 간편결제 등 핀테크를 쉽게 접목할 수 있는 만큼 해외 자본의 진출이 어렵지 않은 분야”라고 진단했다. 고동원 성균관대 교수는 “금융 당국이 외국계 자본의 인터넷은행 인가를 거부할 경우 투자자·국가 간 소송(ISD)을 당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연내 인가할 예정인 제3인터넷전문은행에는 NH농협·신한·KEB하나은행과 인터파크·키움증권·SK텔레콤 등이 관심을 갖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