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4대 기업의 경영전략실 상무로 재직했던 김모씨는 올 상반기부터 폴리텍대에서 자동차복원 기술을 배우며 제2의 인생을 준비하고 있다. 평생 재경·기획 등의 업무를 담당했던 김씨에게 자동차 기본 정비와 내외장 복원 업무는 선뜻 뛰어들기 어려운 분야였지만 관련 업계 취업이 용이한 점에 이끌렸다. 김씨 외에도 수강 동료 중에는 국내 주요 증권사와 전자회사, 글로벌 제약회사 출신이 적지 않아 주변 시선에서도 한결 자유로워졌다.
재취업 교육과정을 찾는 4050세대가 갈수록 늘고 있다. 기존 직장 퇴직에서 한 후 동종 업계로 이직을 못한 사무직들이 기술직에 새로 도전하면서 재취업 교육을 받으려는 경향이 뚜렷해졌다는 분석이다. 특히 호텔리어나 자동차정비 등이 인기를 끌고 있다.
13일 교육업계에 따르면 올해부터 신중년 특화교육을 운영한 폴리텍대학에는 사무직 출신들이 대거 몰렸다. 이 과정은 전기시설 관리, 공조냉동 유지보수, 자동차복원 관련 기술 등의 교육에 주력한다. 상반기 대비 하반기 과정 지원율이 150% 이상 오를 정도로 관심이 높다. 한 수강생은 “수강생 대다수는 이름만 들으면 알 만한 사무직종에 일하던 분들”이라며 “100세 시대를 맞아 40·50대는 물론이고 60세에 정년퇴직한 공무원·교사·교직원 출신들도 꽤 있다”고 전했다.
지난 5월 한국관광공사가 주최하고 야놀자 평생교육원이 주관한 신중년 호텔리어 양성과정은 올 상반기 두 차례에 걸쳐 각각 20명을 모집했다. 여기에 250명가량이 몰릴 정도로 문전성시를 이뤄 주최 측도 깜짝 놀랐다. 임태성 야놀자 본부장은 “호텔산업이 성장하면서 프론트 업무, 컨시어지 서비스, 하우스 키핑 등으로 취업한 수강생 비율이 70~80%에 이른다”며 “수강생 중 내로라하는 기업 출신이 적지 않은데 이들은 이전 업무에 개의치 않고 실제로 취업이 되는 교육과정에 대한 관심이 높다”고 말했다. 특급호텔 공공장소 관리 업무, 관광호텔 마케팅팀장 등 재취업 사례가 입소문을 타면서 갈수록 관련 문의가 늘고 있다고도 전했다.
학원가에 따르면 청년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데이터분석·프로그래밍 등 정보기술(IT) 관련 교육을 수강하는 중년 비율도 늘고 있다. 성인실무교육업체 패스트캠퍼스의 이강민 대표는 “머신러닝 등 이른바 요즘 뜨는 분야의 강의는 3년 전만 해도 직장에서 차장급 이상인 40대~50대 수강생이 없었지만 최근 들어 10%가량을 차지하고 있다”며 “회사를 나올 날이 얼마 남지 않은 만큼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위기감이 영향을 준 것 같다”고 풀이했다.
이처럼 재취업 교육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는 것은 철저한 준비가 없으면 좀처럼 만족할 만한 직장을 찾기 어려운 현실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경련중소기업협력센터가 5인 이상 중소·중견기업 288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재취업 중장년의 평균 근속연수가 3년 이하라는 응답률이 73.3%에 달했다. 5년 넘게 다녔다는 응답은 6.8%에 불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