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한두 달 전만 해도 제3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주요 의사결정을 할 만한 단계에 있는 금융권의 고위 관계자들은 사석에서 “어느 사업자도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할 정도였다. 기존 은행들을 자극할 ‘메기’가 아니라 시중은행의 한 지점 정도에 불과하다며 인터넷은행에 대한 혹독한 평가만 넘쳤다.
그럴 만한 것이 초창기 반짝했던 금리 경쟁은 사라지고 기존 은행들의 영업 행태를 답습한다는 비판만 쏟아졌다. 획기적이라던 모바일뱅킹 애플리케이션은 이제 타 은행들도 유사한 수준까지 쫓아왔다. 특히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보유를 제한하는 은산분리 규제의 벽은 높았다. 케이뱅크는 유상증자가 불발되며 자본 확충에 실패했고 번번이 대출 상품 판매를 중단해야 했다. 가능성을 보고 투자했던 주주들은 은산분리 규제하에 정보기술(IT) 특유의 혁신조차 보이지 않자 실망감만 커졌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나선 지금은 다르다. 신한·KEB하나·NH농협은행뿐 아니라 인터파크·키움증권 등 여기저기에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인터넷은행을 바라보는 시각 자체가 바뀌었다. 국회도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을 8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기로 합의하며 발 빠르게 움직였다. 특례법이 통과돼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의 지분 보유 한도가 34%까지 확대되면 혁신이 쏟아지고 일자리가 창출될 수 있을까. 문 대통령의 발언처럼 “고여 있는 저수지의 물꼬를 트는 일” 정도일 것이다.
한국의 개인정보 규제는 세계에서 최고 수준으로 꼽힌다. 지난 2014년의 카드 정보 유출과 각종 해킹 사고 등이 원인이다. 이름·주민번호·신용정보 등의 개인정보 활용은 원천적으로 봉쇄돼 있다. 금융지주회사법에 따라 금융지주 체제를 갖췄어도 계열사 간 이용이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국내 빅데이터 관련 종사자들은 개인정보 활용을 가로막는 ‘개인정보보호법-정보통신망법-신용정보법’을 묶어 ‘개망신’법이라고 부른다. 규제를 과감하게 풀고 문제가 생겼을 때 기업에 책임을 물으면 될 것을 왜 정부가 쥐고 있는지 이해하지 못한다. 이 같은 빅데이터 활용이 막혀 있다면 중국이나 일본처럼 인터넷은행을 포함한 디지털금융에서 혁신적인 서비스가 나오기는 요원할 뿐이다.
인터넷은행에 대한 예외적인 은산분리 완화 조치에도 금융노조는 대통령이 약속을 파기했다며 강력하게 반발했다. 노동계와 시민단체뿐 아니라 여당 내부에서도 반기를 드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개인정보에 관해서는 유출 우려로 더 큰 반대에 맞닥뜨릴 공산이 크다. 문 대통령이 앞장서 지지층인 시민·사회단체들을 설득하는 과정이 필요해 보인다. 과거 정부에서 규제 완화에 반대했던 더불어민주당이 여당이 된 지금이 가장 적기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전봇대’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손톱 밑 가시’는 해당 정부 규제개혁의 상징이었으나 결국 구호에 그쳤다. 문재인 정부가 ‘붉은 깃발’을 걷어내려면 반시장적 규제 혁파 드라이브는 멈추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