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부 아프리카의 알제리. 경제개발이 진행되면서 트럭과 버스 등 상용차 수요가 꾸준히 증가했지만 유가 하락이 문제였다. 지난 2015년 이후 저유가에 외환보유액 감소까지 겹쳐 2013년 3만대 수준이던 상용차 수요가 2016년에는 7,000대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이후 유가가 조금씩 상승하면서 상용차 수요가 다시 늘었고 현대자동차가 이 시기에 기민하게 움직여 2017년 2,900대의 트럭·버스를 파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올해는 상반기에 이미 지난해 실적을 뛰어넘었다. 유가 상승에 따라 경제가 살아나고 자동차 수요가 증가하는 현상을 보이는 곳은 상대적으로 더 개발된 북부 아프리카뿐만이 아니다. ‘진짜 아프리카’라고 할 수 있는 사하라 이남 지역도 마찬가지다.
실제로 아프리카의 자동차 시장은 향후 무궁무진한 성장이 가능한 곳으로 꼽힌다. 마지막 남은 미개척지다. 경우에 따라 중국·인도와 같은 거대 자동차 시장이 될 수도 있어 세계 자동차 업계가 공을 들이고 있다.
특히 최근 유가가 오르는 등 원자재 가격 상승 흐름이 나타나고 있어 아프리카 시장의 유망성은 더욱 커졌다. 아프리카는 아직까지는 ‘자원을 팔아 공산품을 사는’ 경제구조다. 인구가 10억3,000만명(2016년 기준)으로 전 세계의 14%에 달하며 출산율이 높아 젊은 층이 많다는 점도 자동차 업계로서는 놓칠 수 없는 포인트다.
그러나 아프리카 자동차 시장이 호락호락한 것은 절대 아니다. 이미 몇몇 국가는 자국의 자동차 산업을 일으키기 위해 고관세와 쿼터의 장벽을 쌓고 있다. 앞서 언급한 알제리 역시 2016년 완성차 수입 쿼터제를 도입해 그해 수입을 8만3,000대로 제한하고 이듬해는 3만대로 더 줄였다.
이때 현대차 상용 부문은 알제리 정부 정책에 발 빠르게 대응해 일본의 경쟁사인 이스즈·히노 등을 제압하고 시장 점유율 1위를 달성했다. 비결은 현지 조립. 한국에서 만든 완성차를 다시 분해해 반제품을 알제리에 수출한 뒤 현지에서 재조립하는 ‘SKD’ 방식을 택했다. 이는 완성차 수입이 아닌 현지 조립이어서 쿼터제의 영향을 받지 않았다. 이처럼 현지에서 조립화 과정을 거치는 외국 브랜드 차는 현대차 트럭 ‘마이티’와 버스 ‘카운티’가 유일했다. 최근에는 알제리 정부가 발주한 스쿨버스 2,500대 중 60%에 해당하는 1,500대를 단독 수주했다.
이 같은 자동차 산업 보호 움직임이 알제리 같은 북부 아프리카에서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사하라 이남 국가들도 최근 유가와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경제가 좋아지자 산업 다각화, 특히 제조업 육성에 정부가 앞장서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현지 조립으로 쿼터제를 돌파한 알제리의 사례가 앞으로 사하라 이남 지역에서도 좋은 모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아프리카 각국이 한국 등 제조업 강국에 늘 얘기하는 것은 ‘배우고 싶다’다. 기술이전을 가장 절실히 원하고 있다. 그게 안 되면 조립공장이라도 짓고 현지 생산이라도 하라는 게 아프리카 각국의 요구다. 크리스토퍼 추루 무니이니 케냐 산업통상자원부 이코노미스트는 “제조업과 연구개발(R&D) 투자 발전 방법을 한국과 함께 찾고 싶다”고 말했다. 새뮤얼 키프로프 케냐 재무부 이코노미스트는 ‘어떤 경제적 협력이 가장 필요하냐’는 질문에 “제조와 기술 트레이닝”이라며 “케냐 정부는 현재 GDP의 9.2%인 제조업 부문을 20%로 올리는 목표를 세웠다”고 전했다. 아프리카를 두고 ‘도로도 없는 곳에 무슨 자동차냐’고 했던 말은 옛말이 됐음을 이들 케냐 정부 관계자들이 명확히 밝히고 있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한국 자동차 업계는 아프리카 각국에서 사회공헌활동을 강화하며 미래의 시장에 다가가고 있다. 기아차는 대표적 글로벌 사회공헌 사업인 그린 라이트 프로젝트를 통해 아프리카 저개발국 주민과 지역사회를 돕고 있다. 현대차는 5월 부산에서 열린 제53회 아프리카개발은행 연차총회에서 공식 의전차량을 지원하며 제품의 우수성을 알렸다. /나이로비=정영현기자 맹준호기자 yhchung@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