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공항에 면세점을 둔 원래 취지는 해외여행 편의 제공에 있었다. 해외에서 필요한 물품을 공항에서 구매하도록 한 것인데 이건 옛말이 됐다. 쇼핑이 주목적이 된 지 오래다. 쇼핑한 물품을 귀국할 때까지 들고 다니는 불편을 해외여행객이면 누구나 경험했을 것이다. 출국장에만 면세점을 두고 입국장에는 없다 보니 겪는 불편이다. 청와대가 이런 국민 정서를 읽었나 보다. 문재인 대통령이 그제 입국장 면세점 허용을 검토하라고 내각에 지시했다.
이 사안은 오래전부터 제기됐지만 부처 칸막이에 막혀 규제의 벽을 번번이 넘지 못했다. 정부 차원의 첫 논의는 DJ 정부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활동하던 1998년 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외환위기로 한 푼의 달러가 아쉬운 상황인지라 달러 유출 억제 차원에서 검토된 것이다. 2001년 인천국제공항 개항을 계기로 정치권에서 여러 차례 입법 발의되기도 했다. 싱가포르와 홍콩·대만 등 해외 경쟁공항이 입국장 면세점을 뒀으니 우리 공항도 경쟁력 확보를 위해 허용해야 한다는 논리였다. 2013년 박근혜 정부 출범 직후 규제 완화 차원에서 검토되기도 했다.
주목되는 것은 현 정부의 핵심 인사가 과거 이 문제를 풀겠다고 주도했다는 점이다.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16·17대 의원 시절 연거푸 의원입법을 대표 발의했다. 박근혜 정부 때 규제 완화에 나선 인물은 당시 국무조정실장을 맡았던 김동연 경제부총리다. 대통령이 직접 나섰으니 이번에는 관철될 공산이 클 것이다. 그나저나 세상이 바뀌는데도 20년 동안 반대론을 굽히지 않던 규제당국의 변(辯)이 흥미롭겠다. 난해한 소비지(해외) 과세와 조세 형평성 원칙을 들먹이던 기획재정부 세제실, 통관 지연과 밀수 등의 우려를 내세운 관세청이 뭐라고 할 것인지 말이다. /권구찬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