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제노바 교량 참사가 이탈리아와 유럽연합(EU) 간 갈등으로 비화하고 있다. 마테오 살비니 이탈리아 부총리 겸 내무장관이 제노바 교량 붕괴사고의 원인을 EU 예산 규정 탓으로 떠넘긴 것을 EU 집행위원회가 정면으로 반박하면서 난민 문제로 대치 중인 양측이 예산을 놓고 또다시 충돌하는 모양새다.
크리스티안 슈파흐 EU 집행위 대변인은 16일(현지시간) 제노바 교량 참사가 EU의 예산 규정 때문에 발생했다는 이탈리아 정부의 주장에 대해 “EU 회원국들은 인프라 개발 및 보수 등 어떤 정책을 우선시할지 자유롭게 정할 수 있다”며 이탈리아 정부의 잘못된 예산집행이 화를 키웠다고 반박했다.
EU 집행위 측은 앞서 이탈리아에 사회기반시설 투자를 권장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슈파흐 대변인은 “EU는 25억유로의 EU 개발기금을 이탈리아에 할당해 지난 2014년부터 오는 2020년까지 공공투자에 쓰도록 했다”며 “4월에도 이탈리아 고속도로에 사용될 85억유로(약 10조8,773억원)의 투자계획을 승인했으며 여기에는 제노바 지역에 들어갈 자금도 포함됐다”고 강조했다.
앞서 이탈리아 극우 동맹당 대표인 살비니 부총리는 이탈리아 서북부 리구리아주 제노바 A10 고속도로에서 다리가 붕괴해 최소 38명이 사망한 사고와 관련해 “이탈리아는 엄격한 규칙 때문에 자유롭게 지출할 수 없었다”며 “지출하려면 브뤼셀(EU 집행위)의 허가를 얻어야 했다”고 EU의 지출제한 규정을 문제 삼으며 EU 집행위를 자극했다.
EU는 회원국들의 재정적자 규모를 국내총생산(GDP)의 3% 이내로 제한하고 있다. 이탈리아의 GDP 대비 공공부채는 132%로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중 그리스 다음으로 높아 이탈리아가 EU의 정부 지출 제한선을 어길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특히 10월에 2019년도 예산안 초안이 공개되면 이러한 우려는 증폭될 것으로 전망된다. 3월 총선 결과 포퓰리즘 정부가 출범한 이탈리아는 대대적인 재정지출 확대와 감세를 계획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