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에 비관론이 확산되고 있다. 심리적 지지선으로 여겨졌던 코스피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가 무너지고 터키 리스크, 미중 무역분쟁 등이 계속해서 국내 증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탓이다.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위험자산을 회피하는 움직임이 관측되면서 최근 들어 주식 비중 확대를 권하는 증시 전문가도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 대신 안전자산인 달러, 중장기 투자를 고려한 펀드 투자 등이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17일 NH투자증권은 코스피지수가 지난 16일 장중 한때 2,218.09까지 추락하면서 코스피지수의 12개월 선행 PBR이 1배는커녕 0.9배 이하로 떨어졌다고 분석했다. 현재 코스피 PBR 0.9배는 2,232포인트로 과거 코스피지수가 PBR 0.9배 이하로 떨어진 것은 2008년 금융위기, 2015~2016년 신흥국 위기 때였다. 오태동 NH투자증권 연구위원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과 6개 주요 신흥국의 경기선행지수가 3월부터 다시 상승하고 있는데도 국내 증시는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를 너무 빨리 반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터키 리스크, 미국·중국의 무역분쟁 등 외부 변수가 증시에 족쇄를 채우면서 증권가의 전망도 점차 부정적으로 변하고 있다. 삼성증권은 이날 보고서에서 코스피 연간 전망치를 2,300~2,800포인트에서 2,150~2,580포인트로 하향 조정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당장 코스피 2,200선이 무너질 가능성은 낮지만 글로벌 금융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리스크가 누적되고 펀더멘털 동력은 약화되고 있다”며 “코스피 반등에 대한 기대도 점차 낮출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좀처럼 반등의 기미를 찾기 어려운 상황에서 금융투자 업계는 안전자산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개별 종목보다는 펀드, 주식보다는 채권을 권하는 식이다. 김경환 NH투자증권 WM전략본부장은 “주식은 워낙 어려운 상황이라 최근 투자자들에게 펀드를 더 권하고 있다”며 “국내 펀드라면 채권혼합형 펀드나 공모주 펀드, 해외 펀드라면 AB미국그로스펀드·에셋플러스글로벌리치투게더·미래에셋친디아 시리즈 등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는 되도록 안전자산에 투자하되 해외 분산투자로 수익률을 올리라는 조언이다. 공모주 펀드는 평소 채권에 투자해 안정적인 성과를 내며 일부 자산을 공모주에 투자해 수익률을 올린다.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달러도 빼놓을 수 없다. 이미 상반기부터 보수적인 투자전략을 제시해온 서재연 미래에셋대우 갤러리아WM 상무는 “많이 버는 것보다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며 “안전자산인 달러 가치가 떨어질 때마다 매수하기를 권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국내외의 좋은 주식이 과도한 하락세를 보일 때 언제든 저점 매수할 수 있도록 준비해둬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는 “아예 투자할 생각이 없는 게 아니라면 평소에 실적이 좋은 종목들을 눈여겨보다 저점 매수한 후 다시 오를 때 나눠서 이익을 실현하는 전략을 실천하라”고 덧붙였다. 올 들어 하락세가 심해 더 떨어지기 어려울 것으로 관측되는 중국 대표지수를 활용한 주가연계증권(ELS)도 서 상무가 추천하는 상품이다. ELS는 기초자산인 지수가 일정 수준 이상 하락하지 않으면 정해진 수익을 챙길 수 있기 때문에 증시가 이미 많이 하락했을 때 투자자들이 몰린다.
이경민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도 달러를 꼽았다. 이 팀장은 “점진적으로 위험자산 비중을 줄이고 달러·배당주·우선주 같은 안전자산 비중을 늘리기를 권한다”고 말했다. 박원옥 한국투자증권 WM전략본부장은 안전자산 투자, 분산투자 전략의 일환으로 채권 펀드, 부동산 펀드를 눈여겨볼 것을 조언했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올 들어 16일까지 국내 초단기 채권형 펀드에는 2조3,117억원, 일반채권형 펀드에는 1조4,796억원, 중기 채권형 펀드에는 4,717억원이 유입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