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0년 만에 국민연금 보험료를 올리기 위한 논의의 첫발을 뗐다. 연금기금 소진을 막기 위해 보험료율을 2~4.5%포인트 올리는 것이 골자다. 정치적 부담에 번번이 미뤄왔던 보험료 인상 논의는 개시했지만 연금기금 재정안정을 위한 또 하나의 핵심축인 기금운용 수익률 향상을 위한 방안은 빠져 논란이 예상된다.
보건복지부는 17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공청회를 열고 이런 내용을 담은 재정계산위원회의 제4차 국민연금 재정계산과 제도개선 방향 자문안을 발표했다. 위원회는 국민연금 제도가 현행대로 유지되면 적립기금이 오는 2057년에 소진될 것이라고 봤다. 지난 2013년 제3차 재정계산 당시보다 3년 앞당겨진 것이다.
기금소진 시점을 앞당긴 것은 저출산과 인구 고령화, 경제성장률 둔화 등 ‘삼중고’다. 위원회는 이번 계산에서 경제성장률·합계출산율 등 기금 재정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의 전망치를 줄줄이 하향 조정했다. 기금투자수익률은 지난 전망보다 최대 2.3%포인트 하향됐다. 이에 따라 위원회는 기금재정 안정을 위한 보험료율 인상을 제안했다. 소득대체율을 45%로 다시 올리고 보험료율을 즉시 11%로 인상하는 (가)안과 소득대체율 40%를 유지하면서 향후 10년간 보험료율을 단계적으로 4.5%포인트 올리는 (나)안 두 가지다. 현재는 (가)안이 더 힘을 얻고 있다.
문제는 부실투자, ‘코드인사’ 논란 등 국민연금 기금운용의 독립성이 흔들리면서 국민 신뢰와 수익률이 떨어지고 있는 데 대한 근본 대책은 빠졌다는 점이다. 전광우 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기금투자수익률을 1~2%포인트 올리면 보험료 인상 고민은 안 해도 될 정도로 재정확충에 기여할 수 있다”며 “기금운용의 전문성과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이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빈난새기자 binther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