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적자를 기록한 코스닥 바이오 기업이 지난해보다 두 배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금융감독원 테마감리 등 금융당국의 바이오 규제가 헬스케어 기업의 실적에 악재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17일 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반기보고서 제출 기한을 맞춘 코스닥 제약업종 기업 중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 적자를 기록한 곳은 총 27개로 확인됐다. 지난해 14개와 비교하면 1년 만에 적자 기업이 두 배 늘어난 것이다. 코스닥 제약업종의 영업이익도 지난해 2,779억원에서 올해 2,487억원으로 10% 넘게 감소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이 1조9,022억원에서 2조3,000억원으로 20% 이상 늘어났지만 기업이익은 급감한 것이다. 코스닥 제약업종의 지난해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유가증권시장으로 이전한 셀트리온의 실적을 제외한 수치다.
금감원의 테마감리 등 금융당국의 규제 여파에 바이오 기업들이 연구개발비를 비용처리한 결과로 분석된다. 실제 올해 상반기 실적을 살펴보면 지난해 흑자를 기록하다가 올해 대규모 적자로 전환된 기업들이 많다. 대표적으로 상반기 코스닥 제약업종 기업 중 가장 많은 영업이익 적자를 기록한 코오롱생명과학(102940)(82억원)은 지난해(4억원) 대비 적자 규모가 약 20배 늘었다.
테마감리가 진행되고 있는 만큼 바이오 투자에도 아직은 베팅하기 이르다는 분석이 많다. 특히 최근 금감원이 신약개발과 투자실패 위험성을 사업보고서에 기재해 공시하도록 하는 모범규준을 마련함에 따라 재무제표를 재작성하는 상장사의 기업가치가 출렁일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회계처리와 관련해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기업이 의도한 것과 달리 시장에서 관련 내용이 해석되면 주가가 급락할 여지가 남아 있다”고 설명했다.
상반기 바이오 업종 수익률 급락에 시장 투자자들의 관심이 남북 경협주 등 다른 종목들로 넘어간 점도 유의할 필요가 있다. 실제 올해 코스닥 시장에 데뷔한 바이오 종목들은 상장 직후 반짝할 뿐 이후 급락하면서 주가가 제자리를 찾아가는 패턴을 반복하고 있다. 하인환 SK증권 연구원은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일부 해소되기는 했지만 아직 업종 전반에 대한 불확실성이 해소된 것은 아니다”라며 “작은 악재에도 금방 무너지기 쉬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