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이 1.0명 밑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국민연금 체계를 수술하지 않으면 미래세대는 소득의 최대 38% 이상을 국민연금 보험료로 내야 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적립기금이 바닥나는 시점도 오는 2057년보다 앞당겨질 가능성이 높다.
19일 보건복지부 산하 국민연금재정추계위원회의 제4차 재정계산에 따르면 국민연금 제도가 현행(보험료율 9%)을 유지할 경우 현재 635조원에 달하는 적립기금은 2057년 고갈돼 2060년 기준 가입자는 월 소득의 29.3%를 보험료로 내야 한다. 지난해 태어난 아이가 40대 초반으로 한국 경제의 허리를 담당할 나이가 되면 버는 돈의 30%가량을 보험료로 내야 그해 연금액을 충당할 수 있다는 뜻이다. 2088년에 가면 국민연금 운영을 위해 필요한 보험료율은 더 올라 월 소득의 37.7%까지 치솟는다.
문제는 이 같은 결과가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이 지난해 수준인 1.05명을 유지한다고 가정했을 때라는 것이다. 합계출산율은 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아기 수인데 위원회는 당초 지난 2016년 통계청이 발표한 ‘2015~2065년 장래인구추계’의 중위 시나리오를 기준으로 재정계산을 했다. 중위 시나리오란 합계출산율·기대수명·국제순이동이 중간 수준일 경우를 가정한 것으로 이 시나리오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 추계치는 △2020년 1.24명 △2030년 1.32명 △2040∼2060년 1.38명이었다.
하지만 출산율은 2~3년 전 전망보다 더 빠르게 떨어지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역대 최저인 1.05명으로 중위 시나리오 추계치인 1.22명에 한참 못 미쳤다. 이 때문에 위원회는 출산율 1.05명이 유지된다는 가정하에 재정계산을 추가로 했다. 그 결과 기금 소진 시점은 변동이 없었지만 미래세대가 내야 할 보험료(부과방식비용률)는 28.8%에서 37.7%로 치솟았다.
더욱이 올해는 저출산 추세가 더 심해져 합계출산율이 사상 최초로 1.0명 밑으로 떨어질 것이 확실시된다. 올해 1·4분기 출산율은 1.07명으로 1년 전보다 0.1명 줄었다. 연초에 출산이 몰리는 특성상 출산율은 연말로 갈수록 더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출산율이 위원회가 최악의 시나리오로 가정한 1.05명마저 회복하지 못하면 국민연금 제도를 운영하기 위해 미래세대가 내야 할 보험료는 37.7%보다 더 올라갈 수도 있다.
기금고갈 시기도 더 빨라질 수 있다. 위원회의 추가 재정계산 시나리오에 따르면 기본 가정보다 해외로 이주하는 내국인은 더 늘고 우리나라에 이주해오는 인구는 더 줄어들 경우 기금소진시점은 2056년으로 1년 앞당겨진다. 국민연금제도발전위원회의 관계자는 “추계 당시 인구·경제변수 가정과 실적치의 차이로 향후 기금 소진 시점이 앞당겨질 수 있다”며 “미래세대의 재정부담 완화와 급여·재정의 균형을 찾기 위한 방안이 더욱 절실한 시점에 와 있다”고 말했다. /세종=빈난새기자 binther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