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와 문화의 중심지인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도 심장부인 다운타운의 파크로에 있는 페이스대의 공자학원은 지난 9일(현지시간) 무더위에도 중국어를 배우는 파란 눈의 미국인들이 분주히 오갔다. 중국어 중급반인 10여명의 미국인 학생이 여름학기 마지막 수업을 듣는 동안 옆 교실에서는 장년의 미국인 3명이 중국 출신 강사와 1대1로 회화수업을 진행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중국과의 무역전쟁을 확대하고 워싱턴DC 일각에서는 중국어와 중국 문화를 해외에 전파하는 공자학원이 단순한 교육기관이 아닌 중국 정부의 이데올로기를 현지에 심는 첩보기관이라는 의혹까지 제기됐지만 페이스대 공자학원의 관계자들은 다가오는 중추절(中秋節·추석) 행사를 기획하며 중국의 ‘소프트파워’를 미국 현지에서 강화하는 데 여념이 없었다.
중국 교육부가 해외 대학들과 연계해 설립한 공자학원은 미국 내에서도 100여개 대학에서 부설기관으로 운영되며 10년 만에 중국 문화의 허브로 도약했지만 최근 미중 관계의 악화 속에 적잖은 견제를 받고 있다. 미 공화당은 공자학원이 중국 공산당의 선전조직이라고 판단해 로비단체로 등록하고 자금원 및 활동 범위를 구체적으로 공개하도록 하는 법안을 3월 상하원에서 발의했고 연방수사국(FBI)은 일부 공자학원이 미 정부와 관련한 정보까지 불법으로 입수한 혐의를 잡고 수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막강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세계에서 가장 땅값이 비싼 맨해튼에서 영향력을 확대해가는 중국인들이 중화 문명을 미국의 심장부에 계속 전파하겠다는 의지를 꺾지 않으며 페이스대 공자학원은 중국어 교육과정뿐 아니라 중국 전통 춤 및 경극 공연 등을 하반기에도 줄줄이 계획하며 건재를 과시했다. 실제로 2009년 출범한 페이스대 공자학원은 중국 문화에 관심이 있는 학생들에게 중국 여행과 연수 기회를 제공해 페이스대 학생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페이스대 공자학원의 중국어 교사인 궈루이펀씨는 “미국 내 공자학원에서 수강해 한어수평고시(HSK)에서 일정한 점수 이상을 받으면 연간 1만명까지 수준에 따라 1~2년간 중국 연수를 받을 수 있다”면서 “교육비는 물론 숙박 및 체재비가 모두 지원된다”고 귀띔했다.
페이스대 공자학원의 성공은 중국 정부뿐 아니라 중국의 피닉스미디어그룹과 난징보통대가 가세한 물적·인적 지원에 힘입은 것이었다. 여기에 현지의 중국 교민들까지 힘을 보태고 있다. 뉴욕시청 및 연방정부와 관련한 빌딩들이 모여 있는 파크로의 페이스대 공자학원을 앞두고 걸어서 5분가량 떨어져 있는 맨해튼 차이나타운의 화교들은 차이나타운 입구에 공자 동상을 세우는 한편 가장 큰 복합건물을 ‘공자 플라자’로 명명해 중국어 교육에서 중국 음식과 책·차(茶)·음악·의술 등을 체험할 수 있게 하고 있으며 수익금의 일부는 공자학원에 기부하고 있다.
맨해튼 부동산업계는 화교들이 늘어나는 중국 이민자와 유학생들을 발판으로 뉴욕 차이나타운을 북쪽의 ‘리틀 이탈리아’ 지역으로 확장해가다 이제는 남쪽으로 눈을 돌려 맨해튼 다운타운 진출을 본격적으로 노리는 것도 이곳에 있는 페이스대 공자학원을 육성하는 이유로 꼽았다. 건축개발회사인 포리스트시티의 알리 에스마에일자데 부사장은 “중국인들이 맨해튼 차이나타운을 현대화하는 작업과 함께 맨해튼의 최고 중심부인 월가 주변으로 입지를 확대해가는 데 공자학원의 교육·이벤트 사업들과 연계하는 일들이 최근 눈에 띈다”고 말했다./글·사진(뉴욕)=손철 특파원 runiro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