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006400)가 2차전지 설비투자를 위해 4,0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한다. 치열한 글로벌 경쟁 환경에서 2차전지의 생산능력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한 전략이다.
2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삼성SDI는 오는 9월 중순을 목표로 3년, 5년물 두 차례로 나눠 4,0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한다. 수요가 몰리면 목표보다 5,000억원 이상 많은 자금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SDI의 회사채 발행은 지난 2015년 9월 이후 3년여 만에 처음이다.
회사채 발행을 통해 확보한 자금은 전기차 배터리 등 대규모 설비투자에 쓴다는 계획이다. 김익현 삼성SDI 재경팀 상무는 5월 1·4분기 실적발표 후 콘퍼런스콜에서 “내부 현금흐름을 통해 투자에 필요한 자금을 충당하고 회사채 발행 등 외부조달로 투자재원을 확보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삼성SDI가 2차전지에 대한 설비투자를 늘리려는 이유는 전기차·에너지저장장치(ESS) 등 배터리 수요가 급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SDI의 매출 역시 중대형 배터리를 중심으로 늘고 있는데 이 같은 수요를 맞추려면 생산능력을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급선무다. 삼성SDI 관계자는 “중대형 전지의 경우 전방산업 시장의 수요가 크게 늘고 있다”며 “성장성을 확보하기 위해 일정 부분 외부 차입이 있을 수밖에 없지만 감내 가능한 수준에서 조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기차 배터리 시장은 어느 산업보다 치열한 시장이다. 신성장 산업인 배터리 시장을 장악하기 위해 국내 업체뿐만 아니라 글로벌 기업이 경쟁하고 있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의 전기차 배터리 출하량 순위(중국 업체 제외)는 일본의 파나소닉이 5,568.7Mwh로 1위를 차지한 가운데 LG화학(2위), 삼성SDI(4위), SK이노베이션(7위) 등 국내 기업들이 선두를 바짝 뒤쫓고 있다. 중국 업체를 포함할 경우 LG화학과 삼성SDI의 점유율은 각각 4위, 6위다.
전기차 배터리 등 전방산업의 성장과 함께 삼성SDI의 실적도 고공행진 중이다.
삼성SDI의 올해 반기 매출액은 4조1,568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51% 성장했다. 올해 반기 영업이익 역시 2,247억원을 올리며 전년 동기 대비 흑자전환하는 데 성공했다. 삼성SDI는 중국과 헝가리에 공장을 설립하는 등 설비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올 2·4분기 기준 총차입금은 1조9,631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영업현금 흐름이 뛰어나고 현금성 자산이 1조3,000억원에 달해 유동성 위험은 낮다는 평가다. 회사채 신용등급은 우량등급인 AA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