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고유가·강달러에 웃지 못하는 항공사들

사상 최대 실적 내고도 줄줄이 영업익 하락

이란 제재·미 금리 추가 인상 땐 경영 부담↑

뜀박질하는 국제유가와 오름세를 보이는 원·달러 환율에 항공사들이 사상 최대 실적을 내고도 웃지 못하고 있다. 연료비가 비싸지는데다 연료를 구매할 때 결재하는 달러가 함께 오르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한항공(003490), 아시아나항공(020560)제주항공(089590), 진에어(272450)는 호실적에도 영업이익이 급감했다.

20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항공사들이 고유가와 원화 약세로 잇따라 이익이 훼손되고 있다. 지난 14일 2·4분기 실적을 공개한 대한항공은 국제유가 상승과 연료비 증대로 인해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절반 수준으로 급감했다. 2분기에 매출 3조 138억원, 영업이익 824억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5.7%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49% 감소했다.

이에 앞서 지난 8일 2·4분기 실적을 발표한 아시아나항공은 매출이 1조6,429억원을 기록해 분기 기준으로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하지만 영업이익은 환율 상승과 고유가의 영향으로 11% 넘게 줄어든 380억원을 기록했다. 상반기 기준 매출액이 창립 이후 처음 5,000억원을 돌파한 제주항공도 최근 웃음기가 사라졌다. 2·4분기 매출액은 2,832억원으로 24% 뛰었지만 영업이익은 26% 넘게 줄어든 119억원을 보였다. 진에어도 매출액이 2,265억원으로 18% 넘게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124억원을 기록해 50%나 줄었다. 대한항공 역시 매출이 5.7% 뛴 3조138억원이었지만 영업이익은 824억원으로 전년보다 49%나 급락했다.


국제유가와 달러 대비 약세를 보이는 원화 환율이 항공사들의 실적 상승을 가로막은 것이다. 항공기를 움직이는 제트유는 국제유가와 함께 움직인다. 국내 최대 항공사인 대한항공은 연간 유류 사용량만 3,300만 배럴에 달한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10달러만 뛰어도 3억3,000만달러(약 3,730억원)의 유류비가 더 들어간다. 국제유가는 지난해 상반기 평균 50.05달러, 2분기 평균 48.25달러였으나 올해는 상반기 평균 65.44달러, 2분기 평균 67.91달러로 급등했다.



여기에 원화가 약세를 보이면 유류비를 결제할 달러 자체가 비싸진다. 달러를 사는 비용과 유류비가 동시에 뛰는 셈이다.

KB증권의 분석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환율이 50원 뛰었을 때 유가가 70달러대이면 연간 6,400억원, 80달러대는 7,400억원의 세전 이익이 감소한다. 아시아나항공은 환율이 50원 뛰었을 때 유가가 75달러가 되면 연간 220억원, 80달러대는 790억원 가량의 세전 이익이 줄어든다. 진에어도 같은 조건에서 70달러대는 860억원, 80달러대는 830억원의 이익이 축소된다.

문제는 앞으로 항공사들을 짓누르는 유가와 환율 압박이 더 심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최근 미국이 이란을 외교적으로 압박하면서 수급 차질 전망이 나올 수 있다. 서방이 이란을 제재할 경우 유가는 80달러 이상 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여기에 한국은행이 금리를 동결하는 상황에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경기 회복 판단에 따라 금리 인상의 속도를 올리고 있다. 이 경우 원화는 달러 대비 더 약세를 보이고 국내 항공사들은 달러와 유류 결제 비용이 더 늘어날 수 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항공사들이 갑질 논란과 면허취소 문제 등 오너 리스크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며 “유가와 달러가치까지 가파른 오름세를 보이고 있어 하반기 경영 상황이 한마디로 안개 속”이라고 말했다.


구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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