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퇴직간부 채용을 강요했다는 검찰의 수사결과 발표와 관련해 김상조 위원장은 “수사결과를 겸허히 수용하고 국민 여러분께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김 위원장은 2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공정거래위원회 조직 쇄신 방안’을 발표하고 사과했다.
공정위는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2년부터 작년까지 퇴직 간부 18명을 고액 연봉을 주고 채용하도록 민간기업 16곳을 압박한 혐의가 검찰 수사 결과 드러났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비록 과거의 일이기는 하지만 재취업 과정에서 부적절한 관행, 일부 퇴직자의 일탈행위 등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잘못된 관행과 비리가 있었음을 통감한다”며 “공정위 창설 이래 국민의 신뢰를 잃어버린 최대 위기라고 생각한다”고 진단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조직적 경력관리 의혹 차단, 퇴직자 재취업 이력 공시, 퇴직자와 현직자의 접촉 차단 등의 내용을 담은 쇄신안을 내놨다.
김 위원장은 “공정위는 시장경제에서 경쟁과 공정의 원리를 구현해야 하는 기관임에도 그동안 법 집행 권한을 독점해왔다”며 “그 권한을 행사하는 과정이 공정하지 못했다는 점이 이번 사태의 근본적인 이유”라고 판단했다.
이를 위해 전속고발제를 부분 폐지하고, 법 집행 권한을 지방자치단체에 분산하는 등 공정거래법 집행에 경쟁원리를 도입하겠다고 전했다. 또 분쟁조정, 사소(私訴) 제도 활성화 등 사적 영역 집행이 활발히 이뤄질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김 위원장은 “전속고발제 문제가 없었더라도 공정위가 사건처리를 하지 않으면 구제 수단을 찾기 어려웠고, 사건이 밀려 신고·민원인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악순환이 반복됐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법 집행 권한 분산 내용 등을 담은 공정거래법 전면개편 입법안을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아울러 불합리한 인사시스템이나 조직문화가 있는지를 면밀히 살피고, 이를 통해 공정위 직원들이 ‘공정거래법 전문가’라는 소명의식을 가지고 일할 수 있는 건강한 조직으로 만들겠다고 확언했다.
김 위원장은 “공정위 신뢰 회복이 하루아침에 될 수 없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며 “국민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구성원 전체가 일심단결해 노력할 것이고 위원장이 그 책임의 선두에 서겠다”고 역설했다.
또 “경제민주화, 재벌개혁, 혁신성장 등 중요한 과제를 수행하는 공정위에 국민 여러분의 준엄한 질책과 함께 따뜻한 격려를 부탁한다”고 당부했다.
김 위원장은 지철호 부위원장과 국장급 직원 등 현직 2명이 기소된 것과 관련, 사임이나 대기발령 등 인적 쇄신에는 유보적인 방침을 보였다.
그는 “지 부위원장은 정무직이어서 명확한 규정이 없고 내가 임명권자가 아니라 입장을 밝히기는 적절치 않다”며 “일반직은 검찰에서 기소 통지서가 오면 관련 규정에 따라 (거취를) 신중히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서영인턴기자 shyung@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