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경제 모델이 더는 경쟁력이 없다는 점이 핵심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가 지지부진한 한국의 구조개혁 문제에 대해 꼬집었다. 일본 등 해외 기업의 장점을 빠르게 흡수해 세계 시장 점유율을 잠식하는 ‘패스트 팔로어(빠른 추격자)’ 전략이 중국의 부상으로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지만 문재인 정부는 재정 확장 등 근시안적 정책을 내놓고 있다고 FT는 비판했다. 신문은 소득주도성장의 부작용에 대해서도 지적했으며, 혁신성장도 저출산·고령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세계화가 동반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FT는 20일 심층 분석 기사인 ‘빅 리드(Big Read)’를 통해 한국 경제 문제를 진단했다. FT는 견조한 수출과 4% 미만의 실업률 등 일견 긍정적인 경제 상황 속에서도 전문가들은 ‘새로운 경제 모델’로의 전환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고 전했다.
신문은 그동안 한국 경제를 견인해온 패스트 팔로어 전략의 한계가 분명해졌다고 전했다. 중국의 공세로 패스트 팔로어 전략의 대표격인 조선 분야의 시장 점유율은 10년 새 35%에서 24%로 하락했으며 공업도시 울산은 한 때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도시’에서 지금은 ‘러스트 벨트’(미국의 쇠락한 북동부 공업지대)로 전락했다는 것이다. 글로벌 조선·해운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는 “한국은 중국과 인도의 추격으로 후발주자로서의 이점을 잃어가고 있으며 자체적인 기술 노하우도 축적돼 있지 않다”고 꼬집었다. FT는 삼성그룹이 지난 8일 발표한 180조 원 규모의 투자 계획도 대부분은 중국의 공세가 예상되는 반도체 분야에 집중돼 있다고 꼬집었다.
구조개혁의 필요성이 요구되는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는 땜질 처방을 내놓고 있다고 FT는 비판했다. FT는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19일 발표한 4조 원 규모의 일자리 재정보강 대책에 대해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보다 지속 가능하지 않은 사업을 지원하는 단기적 정책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고 전했다. 최저임금 인상 등 소득주도성장에 대해서도 “임금 인상 여력이 없는 중소기업의 저항에 이미 직면했다”며 “1조1,500억 달러(약 1,300조 원)에 달한 가계부채도 소비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고 진단했다.
고부가가치 산업 육성과 생산성 진작을 위해 기업 규제를 완화하는 혁신성장에 대해 FT는 “중국의 위협에 대해 인지한 것”이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했지만 저출산·고령화라는 장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세계화가 수반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FT는 한국의 생산가능인구 비율이 2016년(73%)을 정점으로 하락해 2060년에는 50% 수준으로 내려앉을 것이라며 이대로라면 경제성장과 소비가 침체되는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이 한국에서도 재연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권구훈 골드만삭스 이코노미스트는 “많은 사람들이 세계화에 대해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있지만 인구학적인 위기에 직면한 한국의 경우 세계화는 핵심적”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