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생 싱어송라이터로 애플 뮤직, BBC, VEVO가 만장일치로 선택한 2018년 최고의 유망주 빌리 아일리쉬는 사운드클라우드에 자작곡을 게시하면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재미 삼아 열한 살부터 노래를 만들기 시작했고, 현재 자신의 프로듀서이기도 한 오빠와 취미로 만든 음악이 단번에 음악계의 이목을 샀다. 그가 만든 ‘오션 아이스(Ocean Eyes)’는 3천 만이 넘는 스
트리밍 횟수를 기록하며 스포티파이 바이럴 차트 1위에 올랐다.
2016년 유니버설뮤직 그룹 산하 인터스코프레코드(Interscope Records)와 계약하며, 2017년 3월 싱글 ‘Bored’ 넷플릭스 ‘루머의루머의 루머’ OST 곡으로 삽입되는 영광을 얻기도 했다. 팝을 넘어서 일렉트로닉. 힙합. R&B 등 다양한 분야에서 두각을 내보이고 있다.
다음은 “팝 신의 가장 인상적인 15세 소녀” ‘빌리 아일리쉬’와 나눈 일문 일답이다.
- 한국 첫 방문이라고 들었다. 어떤 기대감으로 장기간의 비행 시간을 보냈나?
“막연하지만 새로운 사람을 만난다는 좋은 기대감으로 시간을 보냈다. 공연에 대한 호응 적인 관중들이 많을거란 생각도 했다. 그런데 정말 비행시간이 길긴 했다. 약 5편의 영화를 봤을 정도니까. 어제 한국에 도착해서 아직도 귀가 먹먹했는데, 인터뷰 한 시간 전에 귀가 ‘뻥’ 터졌다. 이제 귀가 잘 들린다.”
- 이번 8월 한국 내한 공연을 포함해 아시아 월드 투어 공연은 어떻게 이뤄지게 된 건가?
“아시아에 방문한 건 2년 전 일본에 갔을 때가 처음이었다. 합창단의 일원으로 약 9일 정도 있었다. 당시에 갔을 땐 내가 일본에 언제 오겠나. 평생 처음이자 마지막이란 생각으로 너무 좋은 시간을 보냈다.
그 뒤 가수로서 호주, 미국 투어를 정신없이 다니고, 1달 잠깐 집에 있었다. 한국포함 아시아 투어 공연은 작년 12월에 확정됐다. 다시 한번 아시아를 방문할 수 있고, 거기서 공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좋았던 기억을 되살리고 있다. 비행기를 오래 타야 한다는 것 빼곤 좋다. “
- 이번 내한 공연 콘셉트에 대해 설명해달라.
“같은 시간, 같은 공간에서 함께 있는 관객들이 최대한 와일드 했으면 한다. 나이가 어린 여성 뮤지션으로서, 공연장에 있는 사람들 모두를 가슴 뛰게 하는 게 어려운 일이긴 하다. 공연중 어느 한 순간, 사람들 머리가 ‘들썩 들썩’ 할 때 가슴이 터질듯한 감동이 느껴질 것 같다. 곡을 만들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했는데, 같이 느껴준다면 마음이 뜨거워지지 않을까. 하나가 된다는 희열감이 굉장히 크다. 한국 관객들이 와일드 하다고 들었는데, 그래서 더욱 기대된다.”
- 당신의 라이브를 아직 들어보지 못한 관객에게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나?
“‘크레이지’ 말 그대로 미쳐버렸으면 좋겠다. 저도 그렇고 그들도 그랬으면 좋겠다. 사람들을 직접 눈 앞에서 만나고 라이브로 공연을 하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다 같이 미쳐서 즐기는 공연이 됐으면 한다”
-뮤지션이 될 거라는 걸 언제 어떻게 알았나?
“전혀. 이렇게 될지 생각 하지 못했다. 단지 좋아서 시작한 음악이다. 어떤 기대나 목표, 혹은 무언가가 될 거란 희망을 품었던 게 아니다. 이것으로 성공하겠다는 생각이 없었다. 어느 날 이렇게 됐다.”
-행운의 여신이 당신의 편인 것 같다.
“물론 행운이 따랐다고 할 수 있다. 사람들에게 들려 줄 수 있는 음악 작업을 하기 위해선 행운이 따라야 하는 게 맞다. 하지만 그 전에 수 많은 노력 또한 필요하다. 음악이란 건 절대로 공짜로 주어지지 않는다. 사람들에 따라서 내가 얼마나 운이 따른 케이스인지를 가늠해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전 행운과 함께, 많은 노력과 재능이 그 뒤에 있다고 생각한다.”
- 친오빠 피니어스 오코넬과 주로 작업한다고 들었다. 가족끼리 부르는 애칭이 따로 있나?
“닉네임이라면 ‘푸푸’ ‘쿠쿠’ 라고 할까. 저랑 오빠 모두 장난이 많은 편이어서 머릿 속에 떠오른대로, 애칭을 부른다. 비틀즈 노래를 이름만 바꿔서 부른다거나, 장난스럽게 ‘오늘 방귀꽃으로 보인다’고 하는 식이다. 네덜란드 레퍼가 부르는, 노래 중에 ‘브라더’란 제목이 있는데, 그 제목 그대로 부르기도 한다. 그 때 그 때 생각나는대로 오빠를 부른다.” (오빠와의 에피소드를 이야기하는 모습은 16살 소녀의 모습 그대로였다.)
-주로 어떤 음악을 들으며 성장했는지 궁금하다.
“정말 다양하고 많은 음악을 들으면서 성장했다. ‘그린데이’ ‘악틱 몽키스’ ‘린킨파크’ 등 폭넓은 장르의 음악을 들었다. 작곡방식은 비틀즈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은 것 같다. 4살 터울 오빠 영향도 크다. 오빠가 좋아하는 밴드들을 다양하게 섭렵했다.
그 중에서도 타일러 더 크리에이터(Tyler The Creator), ’차일디쉬 감비노(Childish Gambino)‘로 인생이 바뀌었다. ‘아 이것이다’는 느낌을 받았다. 크리에이터가 창조자란 뜻을 의미하듯, 오늘날 저를 창조한 건 타일러더 크리에이터라고 말하고 있다. 작년엔 타일러더 크리에이터가 주관하는 뮤직페스티벌 공연에 초청받는 행운을 얻기도 했다. ‘당신에게 성공이 무엇입니까’라고 묻는다면, ‘그 뮤직 페스티벌에 타일러더 크리에이터와 함께 서는 것이다’고 말 할 것이다. ”
-타일러더 크리에이터로 당신이 인생이 바뀌었다고 했다. 롤모델을 직접 만나게 된 것 외에도 또 다른 의미를 좀 더 말해달라.
“ 타일러더 크리에이터와 차일디쉬 감비노 모두 내 인생을 바꿔놓은 아티스트이다. 그 들은 어느 한 가지 직종이 아니라 다양한 방면에 재능을 펼치는 아티스트이다, 패션 라인뿐 아니라 뮤직 페스티벌 라인업도 선정하는 이들이다. 뮤직비디오도 다른 아티스트와 다르게, 창의적이다는 점에서 뛰어나다고 생각한다. 자신이 가진 음악을 어떤 제한 없이 표출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늘 놀랍다.”
-의류 라인도 냈다고 들었다. 패션에 대한 영감이 음악에도 영향을 미치는가?
“아직 의류라인 브랜드를 가진 건 아니다. 단 굿즈는 제가 디자인하고 있다. 제가 하나 하나 체크하고 일일이 컨펌을 해서 만들고 있다. 난 뮤지션이 아닌 비주얼 아티스트로 불리는 걸 원한다. 앨범 커버디자인도 제가 디자인하는 편이다. 이 곡은 어떤 색깔의 톤으로 가져갈지. 늘 언제나 비주얼적인 걸 먼저 생각하고 있다. 무대에 오를 때 입는 의상 역시 제가 다 결정한다.”
-몽환적인 음색을 지닌 아티스트라고 불린다. 스스로는 본인 보이스에 만족하는가?
“많이들 그렇게 말씀을 해주시는 편이다. 그런 말씀 모두 감사하게 생각한다. 제 스스로의 평가에 대해 말한다면 조금 다르다. 사람에 따라서, 이렇게 느낄 수 있고, 저렇게 느낄 수 있다. 제 목소리가 특별히 몽환적이거나, 또 다르다고 스스로 판단하거나 하지는 않는다.”
-자신의 보이스를 특별히 좋아하거나, 싫어하지 않는다는 의미인가?
“제 목소리를 저는 좋아한다. 저의 음색이나 제가 하는 음악을 듣는 이들은 좋아할 수도 있고 싫어할 수 있다. 싫어한다고 해도 괜찮다. 최소한 내 자신은 좋아해야 하지 않을까. 그래야 사람들에게 내 음악을 떳떳하게 내놓을 수 있을꺼라 생각한다.
-당신에게 ‘음악’은 어떤 의미인가. 절대 없으면 안 되는 존재인가.
“음악이 없으면 하루도 못 산다고 말할 수 있다. 음악을 언제 듣기 시작했고, 곡을 언제 쓰기 시작했냐는 질문에 정확히 말을 할 수 없을 정도로 늘 음악과 함께 했다. 부모님은 늘 연주를 하셨고, 오빠도 늘 음악과 함께했다. 음악 없이 몇 시간을 보내는 게 쉽지 않다. 이어폰이 없으면, 작게라도 스피커를 틀어놓고 지내야 할 정도이다.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자연스럽게 내 삶의 일부가 됐다.”
- 빌리 아일리쉬란 사람을 가장 잘 표현하는 단어는 무엇 일까?
“‘원하는 대로’ (whatever u want). 나라는 사람을 설명하는 것 보단 보는 대로 느껴지는 게 맞다. 내가 생각하는 걸 주입시키고 싶지 않다.”
-다음 앨범을 위한 작업도 하고 있나. 힌트를 준다면?
“자세한 이야기는 스포가 될 것 같아 구체적으로 말하긴 힘들 듯 하다. 곡 작업들이 상당히 진행됐다는 건 확실하다. 기존과 다른 곡, 또 다양한 곡들로 채워졌다. 저 스스로도 기대하고 있다. 무엇보다 빨리 앨범이 나와서 라이브로 관객들을 만나서 공감대를 만들고 싶다.”
-많은 뮤지션들이 좋은 음악을 만들고 싶다고 말한다. 당신이 생각하는 ‘좋은 음악’에 대해 이야기해달라.
“남들이 좋아하는 음악보다, 제가 좋아하는 음악을 만드는 것. 그게 바로 좋은 음악이라고 생각한다. 제 경험을 말하자면, 내 마음엔 들지 않지만 ‘남들이 좋아할 거야’ 란 말을 듣고 앨범을 낸 적이 있지만 결과가 좋지 않은 경우가 있었다. 그 때 경험을 통해 깨달았다. 남들이 좋아하든 좋아해주지 않든 내가 좋아해주는 음악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사람들이 제가 발표한 음악들을 좋아해주면 좋겠지만 그것만을 따르면 제가 행복하지 않을 것 같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을 해야 할지,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해야 할지 고민에 빠질 때면 저만의 선택 방법이 있다. 사람들이 다 죽고 나 혼자 남았다고 생각해보자. 그 때 내가 만들었던 음악이 내 마음에 안 들면 참 답답하지 않을까. 어떤 의구심이 들 땐 그런 상황을 떠올려본다. 그래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발표하는 게 맞다고 본다.
-선택의 갈림길에서 결단이 정확하고 빠른 편인 듯 하다.
“선택이 빠른 편이다. 언제든 내가 뭘 원하는지 정확히 알고 있다. 음반 관계자들이 가득 차 있는 회의실에서도, 내가 뭘 원하는지를 상당히 디테일하게 말한다. 음악과 관련된 부분에선 정확히 표현하는 편이다. 다만 음식 메뉴 앞에선 결정을 못 내린다. 메뉴 결정은 늘 엄마가 알아서 시켜줘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하하하.”
-10년 후 미래를 그려 본다면?
“10년 후면 나이가 스물여섯이다. 그때를 상상해보면, 지금과 똑같이 하고 싶은 걸 하고 있을 것 같다. 가장 중요한 건 무엇을 하든, 당연하게 여기는 사람은 아니라는 점이다. 그건 확실하게 말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