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삼인’은 농협에서 만드는 홍삼 전문 브랜드다. 농협은 한삼인 브랜드 육성을 위해 지난 2009년 충청북도 증평에 최첨단 ‘우수건강기능식품제조기준(GMP)’시설을 갖춘 홍삼가공공장을 건립하는 등 대대적인 투자와 마케팅을 진행해 왔다. 이런 가운데 농협이 ‘한삼인’을 사실상 폐기하는 수순을 밟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앞서 법인명을 ‘농협한삼인’에서 ‘농협홍삼’으로 바꾼 데 이어 브랜드 철수까지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농협 관계자는 “그간 투자된 마케팅 비용 때문에라도 일단 브랜드는 유지하지만 중앙회 차원에서 고민이 많다”며 “굳이 ‘한삼인’을 내세우기보다 ‘농협’ 브랜드를 강조하는 게 맞다는 생각이 반영된 게 ‘농협홍삼’으로 나타난 셈”이라고 설명했다.
한삼인이 이렇게 된 이유는 그간 들인 노력에 비해 시장 점유율이 도통 오르지 않아서다. 홍삼 시장은 꾸준히 성장하는 데 비해 한삼인의 경우 대대적인 투자도 단행했지만 시장 점유율이 6%대에서 거의 움직이지 않고 있다.
현재 국내 홍삼 시장은 정확한 통계가 없지만 업계에서는 대체로 2조 원 수준으로 추정하고 있다. 대표 브랜드 5곳을 포함해 지방 군소업체도 350여 곳에 이르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시장도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메르스 같은 원인불명의 질병이 유행할 때마다 면역력 강화 효과가 큰 홍삼 판매가 늘어났다”며 “먹기 편한 스틱형 제품, 갱년기 여성용 제품 등으로 세분화 되고 히트상품이 늘어나면서 시장이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홍삼 시장은 KGC인삼공사의 독주 체제가 굳혀진 상태다. 홍삼 업계 ‘빅5’ 브랜드로 1위 정관장(KGC인삼공사)를 비롯해 한삼인(농협)·천지인(대동고려삼)·한뿌리(CJ(001040))·바이탈뷰티(아모레퍼시픽(090430)) 등을 꼽는다.
지난해 시장 점유율을 보면 정관장이 71%로 압도적인 1위다. 2014년부터 2017년까지 매년 점유율을 높이며 성장세를 과시하고 있다. 반면 2위인 한삼인은 같은 기간 6.4~7.5%를 오르내리고 있다. 지난해에는 6.8%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1위 정관장 대비 10분의 1도 안되는 수준이다. 천지인·한뿌리·바이탈뷰티 등 3~5위 브랜드도 모두 지난해 점유율이 1.4~1.7% 수준으로 미미하다. 후발 주자 중에서는 한국야쿠르트가 그나마 성과를 보이고 있다. 한국야쿠르트에 따르면 홍삼 매출이 지난해 200억 원에서 올해는 두 배가 넘는 50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편 농협중앙회 관계자는 농협홍삼의 ‘한삼인’ 브랜드 폐기 여부에 대해 “공식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사안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