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창업을 활성화하려면 현물출자에 대한 사전적 규제를 완화하고, 창업벤처기업에 한해 차등의결권주식을 제한적으로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최수정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26일 ‘창업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기업법 발전방향: 기술창업에서 IPO까지 속도 제고 필요’라는 보고서에서 현물출자 사전 규제를 풀어 벤처기업의 창업비용을 줄여야 한다고 제언했다.
대부분의 창업기업은 자신의 아이디어나 기술을 기반으로 자본을 조달해 주식회사를 설립하지만, 이 경우 ‘현물출자’에 해당해 상법 규제를 받기 때문이다. 현물출자는 지식재산권 등 금전 이외의 재산으로 자본을 조달하는 걸 뜻하는데, 주식회사 설립 시 금전출자가 원칙이기 때문에 ‘변태설립사항’으로 다뤄진다. 변태설립사항은 발기인이 회사를 세울 때 권한을 남용해 회사의 재산이 훼손될 위험이 있는 경우로, 여기에 해당하는 창업자는 법원의 심사를 반드시 거쳐야 한다.
비록 2011년 상법이 개정되면서 현물출자 규모가 △자본금의 20%을 넘지 않거나 △5,000만원을 초과하지 않거나 △그 재산의 시장가격이 산정된 경우엔 법원의 조사를 면제받을 수 있게 됐지만, 여전히 다른 국가와 다르게 현물조사를 사전에 규제한다는 점에서 국내 벤처기업의 설립비용이 올라갈 수밖에 없다고 최 연구위원은 지적했다. 실제로 미국은 현물출자로 문제가 생긴 경우에 한해서만 이사에게 책임을 물을 뿐 사전에 규제하진 않고 있으며, 중국은 2013년 현물출자에 대한 검사 절차를 폐지했다. 이 맥락에서 최 연구위원은 현재와 같은 사전규제보다는, 현물출자로 문제가 생겼을 경우 이사에게 책임을 묻는 ‘사후규제’가 더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차등의결권주식을 벤처기업법상 특례조항으로 집어넣어 스타트업의 기업공개(IPO) 시장을 활성화해야 한다고도 조언했다. 차등의결권주식이란 의결권이 두 개 이상인 주식을 말한다. ‘1주 1의결권’을 기본으로 하는 일반 주식과 달리 ‘1주당 다수 의결권’을 보장한다는 점에서, 창업가가 자금조달도 꾀하면서 기업 지배력을 높일 수 있는 대표적인 수단으로 꼽힌다. 페이스북, 링크드인, 알파벳(구글의 자회사) 등 미국 대표 스타트업의 대표들도 차등의결권주식을 발행한 후 IPO를 추진한 바 있다. 그러나 국내에선 재벌기업의 경영승계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차등의결권 도입을 반대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최 연구위원은 벤처기업법 특례조항을 통해 벤처기업 창업자에 한해 차등의결권주식을 허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창업가의 자금조달 능력과 경영권 방어를 꾀한다는 점에서 차등의결권주식이 유용할 순 있지만, 상법에 그대로 차등의결권을 도입할 경우 대기업이 경영권 승계와 지배권 강화 수단으로 악용할 수 있다고 전망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