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시각] 경제는 심리다

김정곤 시그널 팀장

김정곤 차장



문재인 정부가 소득주도 성장을 계속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금요일), 문재인 대통령(토요일),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일요일)의 순서로 사실상 대국민 메시지를 3일 연속 내보냈다. 이례적이다. 특히 장 실장은 일요일 기자 간담회에서 소득주도 성장이 필요한 이유와 이를 뒷받침하는 새로운 통계까지 제시하며 “더 속도감을 높여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책의 효과가 나타나려면 시간이 걸리니) 정부를 믿고 더 기다려달라”고 했다. 보수야당은 즉각 반발했다.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은 “‘무데뽀’로 밀어붙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언론 반응도 싸늘하다. 유리한 통계만 골라 ‘아전인수(我田引水)’로 해석하고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소득주도 성장 정책이 논란의 중심에 선 것은 취지가 나빠서가 아니다. 최저임금의 가파른 인상과 주 52시간 근무 제도의 동시 시행으로 나라 곳곳에서 “못 살겠다”는 아우성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그 속도와 집행시기에 대한 문제 제기가 보수·진보 양쪽 모두에서 나오는 상황이다.


정작 문 대통령과 청와대 참모진은 이 같은 목소리에 눈과 귀를 닫은 듯하다. 대선 공약 달성이라는 정책 프레임의 당위성에 함몰된 결과다. 더 이상 아마추어여서는 안 된다. 정권을 잡았으면 프로답게 현실에 받을 딛고 운용의 묘를 발휘해야 한다. 아집과 독선, 내가 아는 것만 절대 선이라는 도그마에 빠지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프레임 싸움에서 한번 밀리면 끝이라는 조급증도 엿보인다. 정책은 조급증만으로는 성공할 수 없다. 아이디어를 구체적인 액션플랜과 함께 추진해도 100% 성공을 장담하기 어려운 것이 경제정책이다. “우리가 옳은 걸 추진하는데 왜 반대해. 한번 해보자는 거냐”는 식의 밀어붙이기는 결국 실패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자세로는 야당과의 협치도 난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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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와 일거리가 줄어들고 있는 것이 통계로 확인되고 있다. 통계는 흐름이 중요하다. 앞으로 추세가 획기적으로 개선되지 않는다면 “좀 더 기다리라”는 말은 통하지 않는다. 가장 큰 문제는 후행적으로 나타나는 경기지표가 아니라 체감 경기다. 경제가 가장 싫어하는 것이 불확실성과 불안정성이다. 정부가 시장의 목소리를 외면하고 일방통행하는 사이 기업과 가계의 심리는 싸늘하게 식어간다. 기업은 투자를 늘리고 싶어도 정책 리스크에 자발적으로 나서기 어렵다. 곧 추석이다. 부진한 경제지표와 함께 훌쩍 뛰어오른 장바구니 물가에 정부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부쩍 많이 들리게 될 것이다. 추석이 지나면 김장철도 다가온다.

정권 초기 수립한 정책 프레임은 언제든 바꿀 수 있다. 우선순위를 조정하는 것은 실패가 아니다. 포기가 아니라 숨 고르기다. 잘못된 핸들을 그대로 잡고 운전하는 바보가 되지 말아야 한다. 역대 정부는 진보냐 보수냐에 따라 정책수단은 다를지언정 목표는 항상 같았다. 위민(爲民). 국민이 마음 편하게 배 두드리며 잘 먹고 잘사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 이 목표가 이뤄진다면 정책의 우선순위를 바꾸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경제는 심리다. 경제는 살아 움직이는 생물이다. 경제 심리에 찬물을 끼얹는 정책은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한다.
mckids@sedaily.com

김정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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