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워싱턴D.C의 연방준비제도 본부./연합뉴스미국의 청년층이 1조5,000억달러(약 1,672조원) 넘는 천문학적 학자금 부채에 시달리고 있어 개인은 물론 미국 경제 전체의 위험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26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에서 실제 학자금 대출 금액은 줄었지만, 부채를 기한 안에 상환하지 못해 이자가 더 늘어난 데다 부채 경감 프로그램도 실질적인 역할을 하지 못한 탓에 학자금 대출 부담이 1조5,000억달러를 돌파했다고 보도했다.
S&P 글로벌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학자금 부채의 전체 규모는 2010∼2011학년도 이후 5,000억달러 늘었다. 하지만 같은 기간 학자금 대출액은 줄었다. S&P의 존 앵글림은 부채 상환 조정으로 이율 인하 없이 최저 상환금을 낮춰 단기적 부담은 줄었지만, 장기적 부담은 늘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학자금 대출은 최근 미국 가구와 정책 결정자들에 큰 걱정거리로 부상했다. 빈센트 델루아드 INTL FC스톤 전략가는 보고서에서 “밀레니얼 세대의 상당수가 부를 축적하기도 전에 파산했다. 이는 미국 경제의 장기적 건강에 위협”이라고 꼬집었다.
브루킹스연구소는 2023년까지 학자금을 대출받은 사람들의 최대 40%가 채무 불이행에 빠질 수 있다고 올 초 보고서에서 경고했다. 온라인 매체 쿼츠에 따르면 하버드, 스탠퍼드, 예일 같은 미국 사립대는 등록금과 주거비, 교재비 등을 합해 4년에 25만달러 이상 필요하다. 공립대학은 이보다 괜찮지만, 해당 주 거주자가 집에서 통학한다고 해도 5만달러(약 5,600만원)는 필요하다.
미국 교육부 자료에 따르면 대학 졸업장을 딴 사람들은 전국적으로 1인당 평균 3만500달러의 학자금 부채가 있다. 미국에서 일반적인 학자금 대출 기한은 10년이다. 이전에는 30대 중반이면 다 갚을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녹록치 않다.
학자금 상환이 더 힘들어진 한 이유로는 일시적으로 상환을 중지하거나 상환 금액을 줄이는 제도가 거론된다. 미 회계감사원(GAO)은 일반적으로 3만달러를 빌린 사람이 첫 3년의 상환을 유예하면 6,742달러의 이자를 더 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상환 유예는 채무 불이행을 막는 것이 아니라 늦출 뿐인 이유에서다.
이자 부담이 더 큰 민간 대출업체에서 빌리면 상환에 어려움은 커진다. 케이틀린 코울리는 샐리메이라는 민간 대출업체에서 원금 2만4,000달러를 변동금리로 빌렸는데 금리는 애초 9.4%였지만 지금은 11%로 올랐다. 그는 매월 171달러씩 1만8,000달러 넘는 돈을 냈지만, 여전히 약 2만4,000달러가 고스란히 갚아야 할 돈으로 남아있다고 토로했다.
미국 교육부 자료에 따르면 1995∼1996학년도에 대학에 입학한 대출자 가운데 20년이 지나 학자금 대출을 다 갚은 사람은 38%뿐이다. 2003∼2004년에 대출 상환을 시작한 사람 가운데 12년이 지나 대출을 다 갚은 사람은 20%에 그쳤다. 연방준비제도(연준)는 지난해 보고서에서 학자금 대출 부채가 늘어 사람들이 결혼과 출산을 늦췄다고 지적한 바 있다.
주택 구입 역시 영향을 받았다. 학자금 부채 때문에 대출업체가 요구하는 소득 대비 부채 비율 기준을 맞추는 것은 물론 계약금을 모으기도 어렵다. 이는 개인뿐만이 아니라 미국 경제 전체에 해롭다. 뉴욕연방준비은행은 보고서에서 2007∼2015년 28∼30세의 주택 보유가 감소한 것은 일정 부분 등록금 상승과 이에 따른 학자금 부채 증가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지난 3월 의회에 출석해 “학자금 대출이 계속 늘어나면 성장을 저해할 것은 분명하다”면서 신용카드 빚처럼 학자금 대출도 파산 시에는 탕감해주는 방안을 고려할 것을 제안했다. /이서영인턴기자 shyung@sedaily.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