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경준 전 통계청장(현 한국과학기술대 교수)이 최근 소득분배 통계 논란과 통계청장 교체와 관련해 이 같은 쓴소리를 했다. 유 전 청장은 박근혜 정권 말부터 문재인 정부 초반(2015년 5월~2017년 7월)까지 통계청장을 지냈다. 표본 적절성 논란이 나오는 가계동향조사 개편을 추진했던 인물이기도 하다.
유 전 청장은 “청와대는 부정하지만 통계청장 교체는 소득분배가 크게 악화됐다는 결과가 나온 가계동향조사 때문이라는 게 공공연한 사실”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소득분배 전문가를 통계청장에 앉히면 분배가 개선되게끔 통계를 조작할 수 있다는 의심이 나올 수밖에 없지 않겠나”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런 식이면 통계청의 중립성과 독립성이 훼손된다”고 우려했다.
일련의 통계 적절성 논란은 정부가 자초한 측면이 크다는 비판도 내놓았다. 유 전 청장은 “가계동향조사는 지난 2016년과 2017년 사이 조사 방법과 표본이 크게 바뀌었다”며 “그래서 통계청은 2016년과 지난해 통계는 비교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세웠는데 지난해 4·4분기에 분배가 개선됐다는 결과가 나오자 정부가 일방적으로 통계를 발표했다”고 말했다. 당시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소득분배지표가 8분기 만에 개선된 점을 대단히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소득주도 성장 정책의 효과라는 것이다.
하지만 올해 가계동향조사 소득분배 지표가 지난해보다 악화됐다는 결과가 나오자 상황이 바뀌었다. 청와대와 정부는 올해 통계가 조사 표본이 늘어났다는 점을 강조하며 ‘유의미한 통계가 아닐 수 있다’는 뉘앙스를 주고 있다. 유 전 청장은 “지난해 통계에 비하면 올해 통계의 표본 변화는 작은 편이어서 신뢰성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인용하지 말았어야 할 지난해 통계는 발표를 강행하고 문제가 없는 통계는 애써 신뢰성을 깎아내리니 이율배반적”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요즘에도 현 정부 관계자들이 ‘올해 소득분배 통계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고 문의해오는데 통계의 신뢰성을 억지로 깎으려는 의도 같아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통계청의 독립성을 강화하기 위해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유 전 청장은 “반복되는 논란을 종식하려면 기재부 외청인 통계청을 총리실 산하 통계처로 분리, 승격시키고 통계청장의 임기를 보장해야 한다”며 “대부분 선진국의 운영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국가 통계를 흔들면 정책의 근거가 흔들리고 정부 자체의 신뢰가 훼손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종=서민준기자 morandol@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