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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좌관들이 본 우리 의원]김광림 자유한국당 의원

김광림 의원이 농민과 함께 밭에서 생강을 수확하고 있다./의원실 제공김광림 의원이 농민과 함께 밭에서 생강을 수확하고 있다./의원실 제공



◇“원고 없는 본회의장 감동연설”

“정권 잡으면 쓰고 싶은 대로 쓰실 수 있습니다. 재정정책도 바꿔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금년도 예산은 오랫동안 재정을 해 온 사람과 국민들이 용인해주는 임계치를 넘어섰습니다. 정권을 잡은 정부 여당 분들에게 간곡히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역사는 돌고 돕니다.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습니다. 양지가 있으면 음지가 있습니다. 양지에 계실 때 음지 생각하고 내려올 때 올라가는 것 꼭 명심해 주시기 바랍니다.” <2017년 12월 5일 2018 예산안 의결을 앞둔 국회 본회의 반대토론 中>


의원실에 본회의 발언을 신청하라는 말도, 발언원고 초안을 쓰거나 통계를 확인해놓으라는 얘기도 없었다. 본회의장 현장에서 즉석으로 신청을 했다. 예산안 심의과정에서 오래 고민하던 내용이 마이크 앞에서 원고 없이 그대로 나온 것이다. 어려운 숫자도 없고, 복잡한 논리도 없었다. 적어도 10여 년 이상 앞서는 선배의 말에 국회 본회의장에 자리한 국무위원들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발언이 끝나자 의원석에서 “잘~했어”라는 칭찬이 들려왔다. 아무도 반대할 수 없는 발언이었고, 너무도 맞는 말이었다. 유튜브에 게시된 이 영상은 2만 조회 수를 넘기며 김광림 의원의 다른 영상보다 3~4배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예산·재정계의 레전드, 공직계의 걸어 다니는 백과사전

김광림 의원의 본회의 발언을 글 맨 앞자리에 놓겠다고 생각한 뒤에는 겸손한 제목을 붙이려 애를 썼다. 끝내 실패한 느낌이지만… 그도 그럴 것이 김 의원은 지금은 이름도 생소한 경제개발 5개년 3차 계획이 집행되던 1973년 박정희 대통령 시절 경제기획원 사무관으로 시작해 지금의 문재인 대통령까지 9명의 대통령이 바뀌는 43년 동안 행정부와 국회 모두에서 오롯이 경제와 재정업무를 담당해 온 한국 경제사의 살아있는 증인이다.

김광림 의원이 지역 경로당 어르신과 함께 가위 바위 보를 하며 담소를 나누고 있다./의원실 제공김광림 의원이 지역 경로당 어르신과 함께 가위 바위 보를 하며 담소를 나누고 있다./의원실 제공


◇대구 대봉초등학교의 총각 선생님

김광림 의원이 공무원으로서 첫발을 내디딘 것은 대구 대봉초등학교 총각 선생님으로 교편을 잡으면서부터다. 가난했던 초등학교 시절 중학교 입학금을 마련하기 위해 동생과 함께 돼지*를 키웠고, 전액 학비를 면제받는 안동 농림고등학교로 진학했다. 이후 경상북도 대표 탁구선수로 발탁, 전국대회에 출전해 상을 받기도 하는 등 체육 분야에서도 두각을 보였으나 여전히 어려운 형편 탓에 졸업 후 바로 선생님으로 취직이 가능한 안동교육대학에 진학했다. 그렇게 교단에 선 총각 선생님을 따르던 제자들은 지금도 1년에 한 번 국회를 방문하고 있다. 그러나 선생님으로 대구에 있었던 기간은 3년뿐. 김 의원은 영남대학교 야간 경제학과에 진학한 뒤 김천 암자에 들어가 주경야독 공부에 전념한 끝에 1973년 24살의 나이에 행정고시에 전체 3등의 성적으로 합격하면서 두 번째 공직생활을 시작하게 된다.

* 돼지 키우는 이야기를 쓴 글 ‘우리 돼지’는 학교 교지 ‘참새’에 실렸고, 전국의 백일장에서 최고상을 수상했다. 부상으로 학교에 이순신 장군의 동상이 세워졌다고 한다.

◇첫 발령 경제기획원에서 진념 과장·강봉균 계장을 모시다

고시에 합격하고 지방대·야간대학을 나온 그저 그런 집안의 사무관. 그는 성적 하나로 그때나 지금이나 최고의 엘리트가 모인다는 경제기획원 종합기획과(현재 기재부 종합정책과)에 배치된다. 제4대 재경부 장관 겸 부총리를 역임한 진념 전 부총리가 그 당시 과장이었고, 제2대 재경부 장관에 오른 고(故) 강봉균 전 장관이 계장으로 김 의원의 사수였다고 한다. 진념과 강봉균, 두 전 장관은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의 대단한 수재이자 경제기획원의 아이디어 뱅크로 소문나 있었다. 두 명의 선배가 불러주는 장관 보고서를 손으로 써내려가다 보면 어떤 경제 현안이건 A4 용지 한 장으로 정리됐고, 그 보고서는 경제기획원의 정책이 되어 다시 내려오곤 했다. 김 의원이 지금도 원 페이퍼(A4 한 장에 내용을 축약정리 하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는 이유다. 잘 알아야 정리가 되고, 이는 한 장이면 충분하다.

김광림 의원이 특허청 청소년 발명기자단 행사에 참석한 학생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의원실 제공김광림 의원이 특허청 청소년 발명기자단 행사에 참석한 학생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의원실 제공


◇김광림에게 예산과 재정이란

2019년 정부예산안 편성이 한창인 요즘, 언론인으로부터 새 정부의 재정운용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고 있다. 2016~2017년 2년간 정책위의장으로 재직하면서는 ‘퍼줄리즘’이라는 신조어를 만들며 미래부담을 고려하지 않는 재정확대에 대한 우려를 전하기도 했다. 요즘은 김무연 전(前) 경북지사의 말을 자주 인용하곤 한다. “100년 살며 느낀 보수와 진보의 차이가 있습니다. 진보는 곳간을 열어 오늘 잘 먹고 잘살자는 것이고 보수는 미래를 위해 오늘 힘들어도 좀 참자는 것입니다.”

◇장관처럼 생각하고 사무관처럼 일한다


김광림 의원은 ‘멀티 태스킹’이 가능한 사람이다. 지역구 안동에서는 여의도 국회 걱정, 국회에서는 안동과 경북지역의 예산과 농업 걱정에 그날 생각 대부분을 할애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안동에 머무르는 김 의원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내일 국회로 출근하면 최근 발표된 소득분배 통계와 소득주도 저성장에 대해 직원들과 토론을 해보자”고 한다. 정부 경제부처 수장이 내놓을만한 정책발표 아이디어를 전화로 내놓았다. 내일 회관에서는 경제 수장의 아이디어를 가진 과장이 사무관과 회의하는 것처럼 또 열정적인 모습을 보일 것이다. 언론사 막내 기자들이 취재 겸 공부 겸 의원님을 뵙고 가면 늘 하는 말이 “좋으시겠어요, 경제 선생님이 우주 최강이십니다”라고 할 정도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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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념·강봉균 선배로부터 배웠고, 김동연 경제 부총리·고형권 기획재정부 제1 차관 등과 함께해온 김 의원이다. 그의 아이디어를 입법과 정책으로 담아내며 보고하고 토론하는 기회를 가지기 위해 의원실 직원들은 ‘지구 최강’의 자부심으로 모니터 앞에 앉아 있다. 주 52시간 근무의 합법적 예외 속에.

김광림 자유한국당 의원/서울경제DB김광림 자유한국당 의원/서울경제DB


[김광림 의원은 누구]

△약력 : ▲1948년 경북 안동 출생 ▲안동농림고등학교 ▲영남대 경제학과 ▲제14회 행정고시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석사 ▲美 하버드대학교 케네디스쿨 행정학 석사 ▲경희대학교 대학원 행정학박사 ▲경제기획원 예산정책과장·예산총괄과장 ▲청와대 기획조정비서관 ▲재정경제원 재정기획국장 ▲국회사무처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수석전문위원 ▲특허청장 ▲재정경제부 차관 ▲세명대학교 총장 ▲새누리당 여의도연구소장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6회(간사 2회, 예산안조정소위 4회) ▲국회 정보위원장 ▲새누리당 정책위의장 ▲자유한국당 정책위의장 ▲제18·19·20대 국회의원

△소속정당 : 자유한국당

△정계 입문 시점 : 2008년 제18대 국회의원선거

-경상북도 안동시에서 당시 울산의 정몽준 의원과 함께 이례적으로 무소속으로 당선, 후에 한나라당 입당. 세명대 총장으로 재직하던 중 어머니의 반대로 불출마 하려 했으나 안동의 어르신들이 버스 2대에 나눠타고 세명대를 방문해 끈질기게 설득한 사연을 들은 어머니가 결국 출마를 허락하셨다고 함.

△거쳐온 상임위 : 기획재정위원회(現)에서만 10년째 근무하며 헌정사항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우고 있는 중. 의원 임기 중 한번 하기도 어렵다는 예산결산특별위원을 무려 6차례나 역임함. 겸임이 가능한 정보위원회와 운영위원회에서도 활동.

△특이 이력 : 대한민국 대표 경제·예산·재정통으로 손꼽힌다. 집권여당이던 새누리당의 마지막 정책위의장, 야당이 된 자유한국당의 첫 번째 정책위의장으로 이례적으로 두 차례 정책위를 이끈 경험이 있다. 특허청장을 맡은 인연으로 특허·발명 쪽으로도 정통하며, 한국발명진흥회장을 지내기도 했다. 기획재정부 예산실 공무원 모임인 예우회 회장을 맡아 연임 중이다.

△대표발의 법안

▲고향주택법(조세특례제한법), 고향기부금법(기부금품법): 고향 또는 10년 이상 거주 지역 시·군 주택 취득 시 1가구 2주택 양도소득세를 중과 제외하고, 고향에 기부 시 소액의 농어촌 특산품 답례로 제공 허용하면서 김영란법 적용 예외 인정

▲경로당 기부확대법(조세특례제한법): 어르신들의 생활공간인 경로당을 편안하게 운영하기 위해 기부하는 금액에 대해 세제지원

▲규제개혁특별법: 규제비용총량제, 인허가 등 지방정부의 그림자 규제 혁파, 안 되는 것 빼고는 모두 허용하는 네거티브 제도 도입, 중소기업 규제부담 경감 등

▲인성교육진흥법: 인성교육의 핵심가치·덕목’에 효(孝)를 포함해 자기 수양과 좋은 시민이 되기 위한 교육의 기초를 다지고, 다양하고 실사구시적인 인성교육 프로그램 운용을 위한 정부 예산지원 근거를 마련

▲전자담배 과세 정상화 3법(개별소비세법, 지방세법, 국민건강증진법): 일반 담배와 동일한 유해성을 가진 궐련형 전자담배에 대한 과세근거 마련, 연 5,000억 원 이상 재정수입 확보로 복지 투자

송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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