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로 등록된 연구원과 강사의 인건비 명목으로 3억6,000만원 상당을 받아 챙긴 대학교수에게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울산지법 형사5단독 안재훈 판사는 사기 혐의로 기소된 A(55)씨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하고, 240시간의 사회봉사를 명령했다고 29일 밝혔다.
울산의 한 대학교 교수인 A씨는 지난 2008년 11월 대학 산학협력단이 시행한 조사 용역에 책임연구원으로 참여하면서 B씨가 연구원으로 참여한 것처럼 꾸며 인건비 630만원 상당을 받아 챙기는 등의 수법으로 2017년 2월까지 19명 인건비 명목으로 88회에 걸쳐 약 3억3,8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또 대학의 교육 프로그램에서 강의하지 않은 사람을 강사로 등록하는 수법으로 2007년부터 2014년까지 9회에 걸쳐 인건비 2,300만원을 챙긴 전력도 있다. A씨는 연구원 인건비를 가로챘다는 혐의에 대해 재판에서 “산학협력단은 단지 발주처에서 용역비를 받아 지급하는 역할을 할 뿐이고, 재산상 손해를 본 것이 없으므로 사기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항변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사기죄의 본질은 기망 행위에 의한 재산상 이익 취득에 있는 것이지, 상대방에게 현실적으로 재산상 손해가 발생하는 것은 요건으로 하지 않는다”고 전제하면서 “피고인의 범행으로 산학협력단이 교부하지 않았을 돈을 교부한 점, 피고인이 돈을 어머니 계좌로 먼저 받았다가 자신의 계좌로 이체한 점 등에 비춰보면 사기죄의 죄책을 물을 수 있다”고 A씨 주장을 무력화시켰다.
재판부는 “사회적 모범을 보여야 할 대학교수 신분으로 연구비를 착복하는 등 죄질이 나쁜 범죄를 저질렀다”면서 “낮은 직급의 사람이나 업무관계에서 부탁을 거절하기 어려운 사람들의 명의를 빌리고 차명계좌를 이용하는 등 범행수법도 매우 불량하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다만 피해자와 합의한 점, 인건비 명목으로 받은 돈의 상당 부분을 연구수행에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점, 이 범행이 우리나라의 열악하고 후진적인 연구환경에 상당 부분 기인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배경을 밝혔다.
/이서영인턴기자 shyung@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