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책꽂이-나는 뇌가 아니다] 뇌과학은 '나'를 정의할 수 없다

■마르쿠스 가브리엘 지음, 열린책들 펴냄




“‘나’는 심상치 않은 개념이다. 오늘날 이 개념은 ‘자아’와 더불어 생각하기, 느끼기, 의지하기의 통제 센터를 가리키는 이름으로 막연하게 사용된다.…일부 신경중심주의자들은 ‘나’는 뇌가 산출하는 일종의 시뮬레이션이라고 주장한다.”


28살에 이미 독일 본대학교 철학과 석좌교수가 된 천재 철학자 마르쿠스 가브리엘의 ‘나는 뇌가 아니다’는 그 유명한 데카르트의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를 떠올리게 한다. 그는 전작 ‘왜 세계는 존재하지 않는가’를 통해 오직 물질적 대상들만 존재한다고 주장하는 유물론적 세계관에 반발한 데 이어 이 책을 통해 인간의 정신을 뇌 혹은 중추신경계와 동일시 하는 현대 뇌과학을 오목조목 반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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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데카르트와 칸트를 위시해 피히테, 프로이트 등 정신 철학의 거장들이 다뤄 온 의식, 자기의식, ‘나’, 사유 등의 개념을 정리하며 궁극적으로는 인간의 자유 의지를 옹호한다. 특히 과학 만능에 더 의기양양해진 신경중심주의와 다윈주의 등을 “정신적 자유의 산물을 자연적·생물학적 사건들로 오해하는 이데올로기”라고 지적하며 우리가 인간을 오로지 번식과 생존 투쟁에 내몰린 ‘동물’로 인식하는 한 우리가 어떤 존재인지 파악하려는 시도는 매번 벽에 부딪치고 만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이같은 자신의 견해를 ‘신실존주의’라 명명한다. ‘AI(인공지능)’ 시대를 앞둔 지금 상황이라 더욱 절실한 철학책이다. 1만8,000원


조상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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