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국들이 통화가치 폭락에 따른 물가 상승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올 들어 리라화 가치가 40% 이상 폭락한 터키는 전기요금을 두자릿수로 기습 인상했으며 브라질에서는 사상 처음으로 최저임금이 1,000헤알을 돌파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통화위기를 잡지 못하면 급격한 인플레이션과 경제침체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계속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터키 정부는 1일(현지시간) 관보를 통해 산업용 전기요금을 14%, 가정용 전기요금을 9% 인상한다고 기습 공고했다. 국영 가스 공급기업 보타쉬도 이날 산업용과 가정용 천연가스 요금을 각각 14%, 9%씩 올렸다.
급격한 에너지 가격 인상의 배경이 된 것은 최근 가속도가 붙은 리라화 가치 폭락세다. 터키는 에너지를 거의 전량 수입에 의존하기 때문에 통화가치 급락이 비용 부담을 키운 것이다. 리라화는 올해 들어서만도 미 달러화 대비 42% 하락했다.
에너지 가격 인상은 가뜩이나 위험 수위에 다다른 인플레이션을 더욱 부채질할 것으로 전망된다. 터키의 연간 물가상승률은 이미 지난 7월 말 현재 15.85% 달해 2003년 10월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3일 발표되는 8월 말 물가지표가 “리라화 붕괴가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의 첫 번째 증거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터키 물가상승률이 내년에 20%를 돌파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신흥국 위기설의 진원지인 아르헨티나는 최근 급격한 환율 하락으로 1년 전보다 물가가 30% 이상 치솟은 상태다. 지난달에만도 통화가치가 8.5%나 떨어진 브라질은 최근 내년도 최저임금을 역대 최고 수준인 1,006헤알로 올리기로 결정했다. 현재 최저임금은 954헤알이다. 최저임금은 국내총생산(GDP) 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을 반영해 결정하는데 브라질 정부는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3%대에서 2.5%로 낮췄고 물가상승률 전망치는 3.3%에서 4.25%로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