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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수록 꼬여가는 CERCG 채권 디폴트 사태...감독당국, 나이스신용평가 검사 착수

3개월 만에 나온 자구안, 구체적 자산 매각상환 계획 없어

채권단 실사 반대, 불완전판매 논란까지 사태 장기화 국면




중국국저에너지화공집단(CERCG)의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부실화 논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CERCG가 채권의 디폴트에 대한 자구안을 내놓았지만 사태는 갈수록 꼬여가고 있다. CERCG가 손실을 본 증권사와 자산운용사들의 실사에 반대하고 있는데다 불완전판매 논란까지 불거지며 자칫 장기화할 조짐이다. 급기야 금융당국이 나섰다. 금융감독원이 채권의 신용등급 평가를 진행한 나이스신용평가에 대한 검사에 착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사태를 보다 면밀하게 살펴보겠다는 방침인데 검사 결과가 주목된다.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금융감독원이 나이스신용평가에 대한 검사에 착수했다. 금감원의 한 관계자는 “나이스신용평가에 대한 검사를 진행 중”이라며 “채권단과 주관회사 간 자구안이 어떻게 결론 나는지 조금 더 지켜볼 것”이라고 밝혔다. 나신평은 지난 5월 국내에서 발행된 CERCG 보증부 채권을 기초자산으로 유동화한 ABCP에 신용등급을 ‘A2’로 부여했다. CERCG는 ‘A’로 평가했다. 지난해 말 기준 CERCG가 재무제표상 흑자를 기록한 회사일 뿐 아니라 북경성 지방정부와 관련 있는 국유기업이라는 점이 고려됐다. 나신평의 디폴트가 발생하자 ABCP의 신용등급을 사전부도를 의미하는 ‘C’등급으로 하향 조정했다.

금감원은 나신평의 신용평가에 문제가 없는지 여부를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나신평이 CERCG의 신용등급을 ‘A’로 평가한 이유는 중국 국유기업이라는 점이 고려됐는데 실제 이 비중은 30%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CERCG는 북경시 상무국이 100% 지분을 가진 부래덕실업과 국유기업인 중국해외공주그룹 유한회사가 각각 지분 49%, 27%를 갖고 있다. 다른 신평사들은 부래덕실업을 국영기업으로 보기 어렵다며 나신평과 상반된 견해를 보였다. 한국신용평가와 무디스는 부래덕실업을 국영기업으로 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무디스 측은 “정부의 규제와 감독의 사각지대에 있는 회사”라고 밝혔다.


지난 20일 CERCG 측이 석달 만에 내놓은 자구안에 대해 채권단이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있어 사태는 장기화할 조짐이다. 채권단은 현대차증권(001500), BNK투자증권, KB증권, KTB자산운용, 골든브릿지자산운용, 부산은행, 하나은행 등 채권 디폴트로 손해를 본 7개 금융사들이 꾸렸다. 자구안에 따르면 2020년까지는 해당 채권에 대해 이자만 지급하고 2025년까지 5년 동안 분할 상환할 계획이다. CERCG는 중국 부동산과 일부 자산을 처분해 재조달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구체적인 계획 없이 추후 현금흐름이 좋아질 것이라는 내용만 포함 시킨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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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채권단은 자산처분대상 등 상세한 계획을 요구하며 홍콩법인을 활용해 직접 실사를 하겠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다만 채권단의 실사가 이뤄질지 미지수다. CERCG 는 기존에도 채권단의 본사 방문 문의에 불쾌하다는 입장을 보이며 자산보관회사인 한화증권의 방문도 무산시켰기 때문이다. 마련된 자구안도 한화증권만 접근 가능한 장치를 설치해 채권단의 접근이 원천봉쇄된 것으로 알려졌다. 자구안이 확정되더라도 채권단의 동의 비율이 명확치 않아 금융기관들은 혼란이 가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채권단은 한화투자증권(003530)을 상대로 불완전 판매 소송을 진행하는 한편 예약매매를 약속했던 현대차증권에 대한 소송을 준비 중이다. 중국외환관리국(SAFE)의 승인도 나지 않은 무보증채권임에도 불구하고 사전에 보증채권이라고 설명했다는 이유에서다. 일부 채권단은 자신들이 보유한 ABCP 물량에 대해 유동화를 요구하고 있다. 채권단의 한 관계자는 “한화증권은 실사도 제대로 하지 않고 나이스 신용등급도 과거에 받은 것을 활용해 공기업이라고 주장하며 셀다운(재판매)를 진행했다”며 “책임을 물을 소재가 없는 채권단뿐 아니라 개인투자자들도 소송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한화투자증권 관계자는 “CERCG 본사가 100% 보증한 채권으로 무보증채권과는 거리가 멀다”며 “SAFE도 발행 이후 90일 이내에 등록하면 승인이 나는 것으로 불완전판매는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박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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