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가

'ING생명' 대어 낚은 신한금융…1위 재탈환 노린다

2.3兆에 인수…내일 이사회 승인

11년 만에 빅딜, 대형 생보사로

조용병 "1단계 로켓 발사 성공"

KB금융과 경쟁 더 치열해질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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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금융그룹이 2조3,000억원에 ING생명(오렌지라이프)을 인수한다. 신한금융은 조흥은행(3조3,000억원), LG카드(6조7,000억원)에 이어 11년 만에 빅딜을 체결하게 됐다.

3일 금융권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신한금융은 5일 오전 임시 이사회를 열어 ING생명 지분 59.15%를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함해 주당 4만7,400원인 2조2,900억원에 인수하는 안을 승인하고 MBK파트너스와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할 예정이다. 양측의 가격협상은 마무리됐으며 세부조건을 협의하고 있다. 연말 배당금액까지 감안하면 ING생명은 1,000억원 이상을 더 챙겨가는 셈이다.


당초 MBK파트너스는 3조원에 가까운 가격을 기대했다가 인수후보로 꼽혔던 KB금융이 ING생명에 대한 관심을 접으면서 지난달 2조4,000억원을 제시했다. “오버페이는 없다”는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의 전략이 통한 것이다. ING생명 주가가 최근 들어 올 초 대비 30% 가까이 떨어진 점도 신한금융에 유리하게 작용했다.

신한금융이 생명보험 업계 6위인 ING생명을 인수하면 KB금융에 빼앗긴 리딩금융그룹 자리를 놓고 박빙의 경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올 상반기 신한금융의 순이익은 1조7,960억원으로 1,200억원가량 뒤처졌다. 하지만 연간 3,500억원의 순이익을 내는 ING생명은 KB금융과의 격차를 단번에 없앨 수 있는 회심의 카드로 꼽힌다. 당장 인수 완료 후 신한금융그룹의 총자산은 453조원에서 484조원으로 늘어나며 자산 규모 463조원의 KB금융을 다시 앞지르게 된다.

신한금융과 MBK파트너스와의 협상은 2조3,000억원(59.15%)에 가격조율을 마치고 큰 틀에서 완료됐다. 조 회장은 확인실사를 위해 지난달 말 계획됐던 북미 기업설명회(IR)도 떠나지 않고 공을 들였다. 윤종규 KB금융 회장이 현대증권(현 KB증권)과 LIG손해보험(현 KB손해보험) 인수를 통해 덩치를 키운 반면 신한금융 입장에서는 10년 넘게 대형 인수합병(M&A)을 못했던 만큼 5일로 예정된 이사회 통과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2조3,000억원이라는 가격이 과거 KB금융이 지분 100% 인수를 추진할 때의 수준이어서 여전히 높다는 평가도 나오지만 금융권에서는 베팅할 만하다는 시각도 우세하다. MBK 입장에서도 지난 2013년 1조8,400억원을 투자해 이미 상장과 배당금으로 원금을 회수했고 이번 매각금액은 전부 수익인데다 연말 배당금액을 추가로 챙길 수 있어 손해 볼 것이 없다. 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5년 만에 배 이상의 수익을 올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조용병 신한금융 회장


신한금융의 경우 은행과 카드 비중이 80% 이상일 정도로 의존도가 높은 게 약점으로 지적됐다. 상반기 순익 비중은 신한은행 66.8%, 신한카드 14.8%, 신한금융투자 9.6%, 신한생명 3.68% 등이다. 이에 따라 신한금융이 자산 31조원의 생보 업계 6위인 ING생명을 인수하게 되면 기존 신한생명(자산 30조원)과 합쳐 61조원으로 업계 4위인 NH농협생명(64조원)과 비등한 대형 생보사로 올라서게 된다. 특히 ING생명은 보험사의 재무건전성을 나타내는 지급여력비율(RBC)이 6월 말 기준 437.91%로 업계 최고 수준이어서 M&A를 진행하는 것이 오는 2021년 새 국제회계기준(IFRS17)에 따라 신한생명에 1조원 이상 증자하는 방안보다 효율적으로 분석된다. 조 회장도 “인수 후 비은행 보강을 기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조 회장은 이날 열린 창립 17주년 기념식에서 ‘하나의 신한(One Shinhan)’을 제시하며 아시아 리딩그룹으로 도약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조 회장은 “중기 프로젝트인 ‘2020 스마트 프로젝트’의 성공을 위한 1단계 로켓을 성공적으로 쏘아올렸다”면서 “기존에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금융을 창조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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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큰 틀의 합의는 마쳤지만 돌발적인 손실이 발생했을 경우 누가 어느 정도 책임을 질 것인지 등 세부사항을 놓고 조율할 내용이 산적해 있기는 하다. 업계에서는 내년 상반기까지 마무리 작업을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우선 신한지주와 MBK는 최대주주 변경에 따라 임직원과 협상이 필요하다. ING생명 노조 측은 고용승계를 강력하게 주장해 신한지주 측이 이를 상당 부분 수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MBK는 2013년 ING생명을 인수하면서 3년 고용보장과 단체협상 내용 유지를 약속했지만 이번에 인수자인 신한지주에 ING생명 노조는 7년 고용보장 등 더 강력한 방안을 요구하고 있다. 그 밖에 ING생명 노조는 신한과 MBK를 상대로 500억원 이상의 보상금을 요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ING생명 노조의 요구는 신한과 MBK 간 협상에도 영향을 미친다. 양사는 이번 계약서에 세부사항에 대해서는 추후 변경되는 상황에 따르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조가 요구하는 보상금 등의 액수와 부담 주체가 결정되는 대로 양사의 계약에 반영될 수 있다.

주주들의 반발도 예상된다. 신한지주가 ING생명을 약 2조2,900억원에 인수하면 현재 주가보다 약 30% 가까운 경영권 프리미엄을 얹어주는 셈이다. MBK를 제외한 기관투자가나 개인투자자는 가만히 앉아서 최대주주만 경영권 프리미엄을 챙기는 것을 지켜봐야 한다. 앞서 신한지주가 ING생명 인수를 추진하면서 주가가 떨어졌는데 주주들은 이를 보상받을 길이 없다는 점에서 반발은 더욱 심해질 수 있다. 신한지주가 나머지 지분을 인수할 가능성이 높은데 이 과정에서 가격을 놓고 형평성 논란도 불거질 수 있다. 미국 등 해외에서는 이 같은 부작용을 막기 위해 최대주주가 바뀌는 인수 시 소수지분도 일정 정도 이상 같은 가격에 매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 밖에 신한 입장에서는 금융당국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 시 과거 발생한 신한은행 채용비리가 영향을 미칠지, MBK는 최근 ING생명 국세청 세무조사 및 브랜드 변경에 따른 비용을 누가 부담해야 할지 확정하는 일이 남아 있다.


황정원·임세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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