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정상적인 체계로 돌아가자”

송주희 정치부 기자




“그는 ‘정상적인 체계(regular order)’를 회복시키기 위해 싸웠습니다.”

지난달 30일 미국 애리조나주의 한 교회에서 엄수된 존 매케인 상원 의원의 추도식. 연단에 오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은 당적을 떠나 협력했던 동료와의 추억을 소개했다. 공화당 소속의 매케인과 민주당의 바이든은 소속 정당은 달랐지만 지난 1980~1990년대 함께 상원을 지내며 미 정치에 대한 솔직한 감정을 나누었다. 바이든은 “내 인생에서 가장 자랑스러웠던 날들은 상원 의원으로 활동한 때”라며 매케인과 공유한 그 시절을 회상했다. “긴 토론이 벌어지던 동안 저는 존 옆자리에 앉곤 했죠. 그가 민주당 쪽으로 와 제 옆에 앉기도 했어요. 우리는 그렇게 대화를 나눴습니다.”


고인과의 추억만 강조한 것은 아니었다. 정치 노장이 읊조린 이야기 속에는 당파 싸움에 매몰된 상원과 미국 정치에 대한 아쉬움이 묻어났다. 그는 “의도를 의심하기 시작하면 일이 진행되기는 불가능하다”며 “오늘날 우리는 논쟁의 본질이 아니라 상대편의 의도를 공격한다”고 꼬집었다. 상대 의견을 비판·반대할 수는 있어도 그 의도를 의심하고 비난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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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심하며 정상적인 질서를 그르치기는 대한민국 국회도 마찬가지다. 여야가 ‘민생·경제법안 처리’를 약속한 8월 임시국회는 빈손으로 끝났다. 합의된 법안부터 먼저 처리하는 게 아닌 각 당이 원하는 법안을 일괄 통과시키는 방식을 취해서 빚어진 일이다. ‘원하는 것을 얻은 뒤 상대가 돌변할 것’이라는 정치권의 고질적인 의심 탓에 1초가 시급한 민생법안마저도 패키지로 처리하겠다고 고집한 것이다. 인터넷은행특례법·상가임대차보호법·규제프리존법…. 요란했던 법안 처리는 용두사미로 끝났다.

법안을 논함에 있어 숙고는 필수다. 그러나 수년 전부터 논의해온 현안까지 기 싸움으로 일관하는 것을 숙고라고 칭할 수 있을까. 9월 정기국회가 시작됐다. 여야는 벌써 ‘100일 전쟁의 막이 올랐다’며 치열한 대결을 벼르고 있다. 선심성·발목잡기·꼼수… 상대의 의도를 공격만 해서는 일이 진행되지 않는다. 이제 비정상의 체계에서 벗어날 시간이다. /ssong@sedaily.com

송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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