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 조성진의 연주를 처음 들은 건 지금으로부터 11년 전입니다. 당시 조성진의 나이는 13세에 불과했지만 이렇게 탁월한 재주를 뽐내는 친구는 본 적이 없었어요. 세월이 흘러 거의 완벽에 가까운 피아니스트로 발전해 다양한 레퍼토리를 아우르는 조성진을 보면 참 대견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한국이 낳은 세계적 지휘자 정명훈(65)은 3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도이치그라모폰(DG) 설립 120주년 기념 콘서트’ 사전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하며 “부모에게 자식들이 훌륭하게 자라는 것만큼 기쁜 일이 없듯 후배들이 무럭무럭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만큼 음악가로서 행복한 일도 없다”고 덧붙였다. 현존하는 클래식 음반사 가운데 가장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DG는 설립 120주년을 맞아 오는 12월6~7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기념 공연을 한다.
정명훈은 이 공연에 이틀 모두 지휘자로 참여하며 조성진(24)은 공연 첫날 협연자로 무대에 오른다. 정명훈은 지난 1990년 DG와 처음 계약을 맺은 후 메시앙의 ‘투랑갈릴라 교향곡’을 시작으로 30장이 넘는 음반들을 발매했다. 2011년에는 당시 음악감독으로 재직하던 서울시립교향악단의 DG 음반 발매계약을 이끌어내며 총 9장의 음반을 녹음하기도 했다. ‘쇼팽 콩쿠르’ 우승 이후 세계 클래식계가 주목하는 신성으로 떠오른 조성진은 2016년 DG와 전속계약을 맺고 지금까지 3장의 음반을 출시했다. 조성진은 12월 첫날 공연에서 모차르트 피아노 콘체르토 20번을 연주한다.
이날 간담회에는 정명훈과 조성진은 물론 클레멘스 트라우트만 DG 사장도 자리를 함께했다. 조성진은 “모차르트 피아노 콘체르토는 2011년 1월에 정명훈 선생님이 지휘한 서울시향과 협연했던 곡”이라며 “거의 8년 만에 선생님과 함께 다시 이 곡을 연주할 수 있게 돼 감회가 새롭다”고 소감을 밝혔다. DG와의 협업과 관련해 그는 “어렸을 때부터 음반을 사서 듣는 걸 좋아했는데 아마 제가 보유한 음반의 40% 이상은 DG에서 발매한 게 아닐까 싶다”며 “이런 추억이 있는 DG와 음반 작업을 진행할 수 있어서 굉장히 영광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트라우트만 사장은 “DG는 항상 뛰어난 아티스트들과 신뢰를 바탕으로 장기적인 관계를 지속하는 것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한다”며 “음악 시장이 디지털의 흐름을 따라 크게 변화한다 해도 이러한 DG의 중심철학은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12월6~7일 열리는 이번 내한공연에는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가 타이틀 스폰서로 참여하며 유니버설뮤직·대한항공 등이 후원한다. 사진제공=크레디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