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로터리] 슴슴한 평양냉면, 삼삼한 전기(電氣)

박일준 한국동서발전 사장

박일준 한국동서발전 사장박일준 한국동서발전 사장



올여름 평양냉면의 수요가 크게 늘었다고 한다. 111년 만의 폭염과 지난 4월 남북 정상회담에 따른 ‘평양냉면 열풍’의 영향이다. 남북 정상회담의 만찬 메뉴로 올라온 평양 옥류관 냉면은 평양냉면에 대한 대중의 추억과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수수한 메밀 향과 은은하게 퍼지는 육향이 매력적인 평양냉면. 여름이 오기 전부터 시작된 평양냉면 열풍은 폭염에도 인기를 이어가며 평뽕(평양냉면의 중독성을 마약에 빗댄 말), 평부심(평양냉면 자부심의 줄임말) 등 각종 신조어를 만들어냈다. 이렇듯 폭염에 지친 사람들의 입맛을 돌아오게 한 게 평양냉면이라면 폭염으로부터 일상을 지켜준 것은 다름 아닌 전기의 몫이었다.


평양냉면과 전기는 여러 면에서 닮아 있다. 평소에는 잊고 살다 여름이 되면 애타게 찾게 된다는 점이 그렇다. 무더위에 지칠 때면 평양냉면의 슴슴한 육수를 시원하게 들이키며 기력을 되찾고 가족과 한방에서 선풍기와 에어컨을 쐬며 새삼 전기가 주는 편안함을 실감한다. 사람들의 수요를 반영하며 발전해왔다는 점도 비슷하다. 냉면은 원래 추운 지방에서 겨울에 먹던 음식이다. 함경도와 평안도 지방의 대표 음식인 함흥냉면과 평양냉면이 남쪽으로 전파되면서 면발과 육수가 다양해졌다. 전기는 지난 1887년 경복궁에 처음으로 불을 밝힌 후 여름에는 가정의 냉방을, 겨울에는 난방을 책임졌고 산업단지의 불빛을 지키며 국가 경제 발전의 원동력이 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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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맛집으로 손꼽히는 냉면가게들은 변하지 않는 깊은 맛을 지키면서도 음식의 안전까지 신경을 썼기에 지금의 명성으로 이어진 것이리라. 전기도 마찬가지다. 1898년 한성전기회사로 시작해 2001년 전력산업 구조개편에 따라 한국동서발전을 비롯한 6개 회사로 발전 부문이 분리됐다. 한국이 성장을 거듭하며 지금의 위상을 다질 수 있었던 것은 세계 최고 수준의 좋은 전기를 공급해 산업발전을 지탱해온 데 있다. 그리고 품질 좋은 전기를 뒷받침하는 기초는 바로 안전이다. 안전한 작업환경이 지켜지지 않는다면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할 수 없다.

고사성어에 ‘거안사위(居安思危)’라는 말이 있다. 평안할 때에도 위험과 곤란이 닥칠 것을 생각하며 잊지 말고 미리 대비해야 한다는 뜻이다. 필자가 근무하는 회사에서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안전하게 일하겠습니다”라는 슬로건 아래 현장작업자들이 안전점검과 신고, 그리고 교육을 철저히 하자는 내용으로 ‘3Stop·3GO 안전실천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거대한 발전소를 쉬지 않고 운전하고 정비하다 보면 안전사고의 위험이 늘 도사리고 있기에 안전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폭염과 함께 타올랐던 몸과 마음을 시원한 바람과 함께 보듬을 수 있었던 시간에 감사한다. 안전하게 만든 전기를 모든 국민이 불편 없이 쓸 수 있도록 삼삼하게 전기를 생산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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