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리빌딩 파이낸스] BBVA·DBS, 10년전부터 '디지털' 육성...국내 은행도 해외플랫폼 확대해 경쟁 합류

KEB하나, 80개국서 간편송금서비스

국민은 캄보디아에 모바일 플랫폼

신한도 베트남서 시스템개발 돌입




글로벌 은행들이 비대면 강화 등 디지털 전환에 앞장서고 있는 가운데 국내 은행들도 디지털뱅킹을 통한 해외시장 공략 등 ‘금융한류’에 나서고 있다. 디지털 금융시장을 놓고 글로벌 유수 은행과 본격적인 경쟁을 하겠다는 것이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스페인 BBVA는 ‘글로벌 디지털뱅크’를 목표로 지난 2006년 새로운 정보기술(IT) 시스템 전환을 결정하고 8년간 총 40억5,000만유로(약 5조원)를 투자했다. 재정적 투자에 더해 인적 투자에도 신경을 썼다. 글로벌 영업을 총괄하는 최고운영책임자(COO) 밑에 핵심역량개발부와 비즈니스개발부 등을 둬 디지털 전략 관련 업무를 담당하도록 했다. BBVA의 글로벌 네트워크 발전에 디지털 전략을 바탕으로 일관된 추진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이 같은 방향으로 BBVA는 스페인 국내시장뿐 아니라 해외시장까지 포괄해 아이디어를 수집하고 사업화하는 데 신경을 쓰고 있다. BBVA미국(BBVA USA)은 디지털 전략의 일환으로 전담조직을 따로 꾸려 개인화된 원격상담 업무를 맡고 있다. BBVA칠레(BBVA Chile)도 마찬가지로 인터넷과 모바일을 바탕으로 소매여신상품 판매 시스템을 만들어 디지털 채널의 판매 비중을 늘려가고 있다. 실제로 BBVA에 따르면 BBVA미국은 2014년 원격상담 서비스 도입 이후 미국과 스페인 간 교차판매 성공률을 1년 만에 15%에서 25%까지 10%포인트 끌어올렸다. 이같이 다방면에 걸친 디지털화 노력으로 BBVA의 전체 고객 중 47%가 올해 8월 기준 모바일 및 인터넷으로 거래하고 있다. 4월 BBVA 최고경영자(CEO)인 카를로스 토레스 빌라는 “지난 2년간 디지털 기반 상품 판매는 3배 뛰었으며 결과적으로 BBVA 전체 매출의 35%를 차지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BBVA는 이 때문에 세계적 금융전문지인 유로머니가 2014년 선정한 ‘베스트뱅크 트랜스포메이션상’을 수상했다.


싱가포르의 세계적 은행인 DBS은행도 CEO인 피유시 굽타의 주도로 모바일뱅킹 중심의 디지털뱅킹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굽타는 2009년 취임 이후 알리바바 등 핀테크 기업 성장을 견제하기 위해 디지털뱅킹 발전을 핵심과제로 내세웠다. 우선 DBS은행은 중국에 쏠린 포트폴리오를 확장하기 위해 동남아로 눈을 돌렸다. 2016년 4월 인도에 최초의 모바일뱅크인 ‘DBS디지뱅크’를 설립하고 출시 1년 만에 120만명의 고객을 확보했다. DBS은행은 인도 디지뱅크를 통해 모바일지갑·가상비서 등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한다. DBS은행은 앞으로도 동남아에서 영업권을 확대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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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S은행의 디지털 전략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BBVA처럼 인적 투자에 집중했다는 것이다. DBS은행은 조직에서 따로 운영됐던 IT부서와 사업부서를 통합해 T&O(Technology & Operations)부서를 신설했다. T&O는 싱가포르 국내와 중국·홍콩 등 해외를 통틀어 5,000여명의 인력으로 구성돼 있다.

투자규모 등에서는 부족하지만 국내 은행들도 디지털뱅킹 서비스를 통한 해외 진출을 꾀하고 있다. KEB하나은행은 해외송금 서비스 ‘1Q 트랜스퍼(Transfer)’를 동남아를 비롯한 전 세계 80여개 국가에서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1Q트랜스퍼는 해외 이동통신사들과 연계돼 송금 수취인의 휴대폰 번호로 간편송금이 가능하며 수취인은 송금 도착 문자를 받고 수령할 수 있는 핀테크 해외송금 서비스다. KB국민은행도 7월 ‘리브 캄보디아’라는 모바일 플랫폼을 구축해 현지에서 3만명 이상의 가입자를 확보했으며 인도네시아·베트남·미얀마 등으로 플랫폼을 확장할 계획이다. 신한은행도 베트남의 ‘카카오톡’ 같은 ‘잘로(Zalo)’와 손잡고 디지털 금융 서비스 개발에 들어갔다. 우리은행은 중국·베트남·러시아 등에서 금융상담 및 소액대출을 지원하는 위비 플랫폼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아직 국내 은행의 디지털 시장은 현지 점포가 집중된 동남아에 국한돼 있지만 조만간 미국이나 유럽 등 글로벌 선진금융 시장의 비대면 주택담보대출 진출 등도 노리고 있다. 지방은행도 예외는 아니다. JB금융은 오픈뱅킹 플랫폼으로 해외시장 개척 나섰고 대구은행은 향후 아세안네트워크 구축해 모바일플랫폼 노하우를 활용한 비대면 채널 진출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손구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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