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속에 눈에 들어오는 얄미운 인물 한 명이 있다. 바로 형사 우민을 연기한 배우 이민웅이 그 주인공. 단 한 명의 목격자라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형사 재엽 역할의 배우 김상호와 형사 콤비를 이룬다. 우민은 극 초반 중요 정보를 선배 형사에게 보고하지 않아 혼나는 젊은 형사이다. 이후 각성 후 성장해 나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인물이다. 입소문 효과에 힘입어 관객 수를 늘려가고 있는 ‘목격자’ 행보에 웃음꽃이 핀 배우 이민웅을 만났다.
“‘목격자’ 성적이 좋아서 기분이 좋아요. 시나리오 볼 때부터 워낙 메시지가 확실해서 작품에 대한 자신감이 있었는데, 이렇게 관객들이 반응해주셔서 감사할 따름이죠. 마지막에 이성민 선배님이 아파트를 올려다보며, 소리치는 그 부분이 너무 좋았는데, 역시 기대 이상으로 그 장면을 소화하셨어요. 함께 한 배우로서도, 작품을 본 관객으로서도 참 좋았던 영화입니다.”
지난 달 15일 개봉한 ‘목격자’(감독 조규장)는 아파트 한복판에서 벌어진 살인을 목격한 순간, 범인의 다음 타깃이 되어버린 목격자(이성민)와 범인(곽시양) 사이의 충격적 추격 스릴러를 그린 작품. 스릴러라는 장르 문법에 충실하면서도 인물의 심리를 따라가서 결국에는 남의 이야기가 아닌 관객들 자신의 이야기로 느껴질 수 있도록 한 점이 흥행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
영화는 시작부터 관객들의 예상을 비켜나가는 설정으로 신선한 충격을 선사한다. 아파트 한복판에서 살인을 저지른 범인이 현장을 본 목격자와 눈이 마주치는 장면은 관객들에게 숨 쉴 틈 없는 몰입감을 선사한다. 또한 여타 스릴러와는 다르게 범인의 정체가 영화 초반부터 그대로 드러난다. 주로 ‘정체를 알 수 없는 범인을 쫓는 것’에 집중한 대부분의 스릴러 영화들과 다른 지점이다.
동시에 수많은 눈이 존재하는 아파트 한복판에서조차 목격자가 등장하지 않는다는 설정은 내 일이 아니면 무관심한 현대인들의 집단 이기주의, 목격한 사람이 많을수록 제보율이 낮아지는 방관자 효과(제노비스 신드롬) 등 현실과 맞닿은 다양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이민웅은 ‘현대 사회에서 경험할 수 있는 ’무관심과 방관에 대한 메시지‘가 정확하게 들어있었다“ 며 ”현 시대에 필요한 영화이다“고 말했다. 작품의 메시지에 제대로 끌렸지만, 정작 형사 역을 위해 체중을 감량해야 하는 일은 배우로서 쉽지 않았다. 한 달 반 동안 10㎏을 감량하고 다이어트를 계속하는 상황이었다.
“감독님께서 제가 출연한 독립 영화를 보고 기억하시고 작품을 제안해주셨죠. 보시자마자 ‘날렵한 이미지 형사를 원하는데 10kg을 빼올 수 있냐’고 하셔서 두 달 만에 9kg를 감량했어요. 굶으면서 운동했어요. 좋아하는 술도 마실 수 없다는 게 쉽지 않았어요. ”
“평범한 경찰은 아니죠. 외모에 신경쓰는 경찰이니. 우민은 반장(손종학) 라인을 타다가 범인 잡는 단서에 필요한 CCTV 이야기를 안해서 선배에게 걸리고 결국 맞게 됩니다. 그 다음에 똑바로 정신을 차리고 수사에 착수하게 돼요. 무능력한 경찰이란 베이스를 기반으로 하나 하나 캐릭터를 잡아갔어요.”
고등학교 2학년 말, 모친의 권유로 연기를 처음 공부하게 된 이민웅은 서울예대 영화과에 입학하며 영화 ‘아이들’ ‘황금시대’ ‘늑대소년’ ‘열여덟, 열아홉’, ‘탐정 홍길동’ ‘반드시 잡는다’ 등에 출연했다. 열심히 작품 활동을 이어갔지만, 많은 관객들의 뇌리에 임팩트를 남기는 주역은 쉽사리 오지 않았다. 그런 그가 처음으로 부모님을 시사회에 초대했다. 그만큼 ‘목격자’는 배우에게 자신감을 심어준 영화이다.
“그 전에 영화는 일부러 부모님을 초대 안 했어요. 역할의 임팩트도 중요하고, 규모도 중요하지만, 부모님 입장에선 아들이 영화 속에서 많이 나와야 좋아하시잖아요. 내년에 칠순 되시는 아버지랑, 환갑을 앞둔 어머니께서 보러오셨어요. 무대 인사를 하는데, 관객석에 앉아계시는 부모님 얼굴이 보이는 데 차마 언급을 못하겠더라구요. 무서운 영화를 못 보시는 분들인데, 귀 막고 눈 가리면서, 아들이 나오는 안 무서운 부분도 보셨더라구요. 하하.”
부모님은 아들의 영화 개봉 소식에 속으로는 기뻐하면서도 겉으로는 내색을 하지 않으셨단다. 영화 시사회도 “잘 봤다”는 말로 끝났을 정도다. 물론 그는 부모님이 속으로 얼마나 자랑스러워하는지 알고 있다고 했다.
“부모님께서 되게 내색을 안하세요. 제가 서울예대 붙었을 때가 아직도 기억나요. 방에서 합격을 확인하고 안방으로 뛰어들어가 ‘합격했다’고 소리를 질렀는데 ‘알았어. 들어가’ 한마디만 하셨어요. 뉴스를 보시고 계셨는데 그대로 뉴스만 보시더라구요. 지금도 크게 내색하지 않으세요. 그런데 주변 아버지 친구분이나 어머니 친구분에게 말하는 것 보면 엄청 자랑하신대요. 부모님들이 자랑 할 수 있는 아들에 조금이나마 일조 한 것 같아 기쁘죠.”
30대 중반을 넘어선 이민웅은 30대 길목에서 잠시 홍대에서 장사를 하기 시작했다. 서른 살이 됐을 때 ‘돈을 벌어야 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어서 사업을 시작했지만 현재는 친구들에게 영업권을 다 넘기고 연기에만 올인 중이다. ‘늑대소년’의 조성희 감독이 지속적으로 콜을 해준 점도 이민웅의 배우 인생을 빛나게 했다.
“잠깐 사업을 하다가 다시 배우로 돌아왔어요. 연기에 대한 불확실성이 들어 장사를 택했던 건 아니에요. 일단은 성인이니 수입이 있어야겠다는 생각을 한 거죠. 연기를 계속 하고 싶은 마음은 커요. 그 꿈을 지속적으로 이어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이번 작품에서 이민웅은 굵직한 ‘연기파’ 배우 이성민, 김상호와 호흡을 맞추며 많은 걸 배웠다. 시나리오 외적으로도 고민을 많이 하고, 늘 연기에 대한 열정을 불태우는 선배들의 모습을 보면서, ‘저런 선배, 저런 배우가 되고 싶다’는 꿈을 키웠다고 한다. 특히 ‘목격자’의 이성민 배우도 멋있지만, ‘공작’의 이성민 배우를 보면서는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고.
“’목격자’ 때도 뛰어났지만, ‘공작’ 영화를 보면서, 성민 선배님이 경계를 뛰어넘었다고 생각했어요. 뭐 하나 던지셨다고 할까. 배우가 만들어내는 과정이 힘들었을거란 상상이 돼요. 준비과정에서 고생하셨을텐데 고생하신 것만큼 잘 나와서 좋았어요. 좋아하고 존경하는 배우가 참 많은데, ‘목격자’를 함께 한 이성민, 김상호 선배는 단연 으뜸이죠.”
이민웅은 평범한 얼굴을 가진 배우다. 게다가 동명의 쇼호스트가 더 유명세를 치르고 있다. 평범한 외모는 그의 단점이자 곧 장점이다. 그는 “제 얼굴이 밋밋하다는 걸 잘 알고 있어요”라며 “이 얼굴이 장점이 되도록 노력 중이다”고 덤덤하게 털어놨다.
“ 독립영화를 많이 했는데, 독립영화 감독님들은 제 얼굴을 좋아하세요. 밋밋해서 일반인 느낌을 준다면서요. 하하. 동명의 쇼호스트 분이 계시는 것도 잘 알고 있어요. 이제와서 개명하긴 뭐하고, 열심히 하다 보면 저란 배우를 알아주시겠죠. 적지 않은 나이이고, 특별한 외모도 아니지만 ‘저 배우 다음 작품에서 또 보고 싶다’라는 생각을 할 수 있게 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이민웅이란 배우가 특별하기 보단, 좋은 작품에 나와서 좋은 연기를 했을 때 이민웅이란 배우를 주목하는 이유가 생기지 않을까 싶어요.”
[사진=양문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