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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뇨병 환자의 불청객 '저혈당'…방치땐 목숨까지 위협

공복·떨림·식은땀 등 증상 다양

2형 당뇨환자 1% '저혈당 쇼크'

무균돼지 췌도이식 임상 성공땐

저혈당 없는 혈당조절 가능해져

김병준 가천대 길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가 한 당뇨병 환자에게 혈당 관리와 저혈당 대처요령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제공=길병원김병준 가천대 길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가 한 당뇨병 환자에게 혈당 관리와 저혈당 대처요령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제공=길병원



‘당뇨병을 앓는 운전자가 갑작스런 저혈당으로 정신을 잃어 교통사고가 났다’는 소식이 종종 들리곤 한다.

저혈당은 혈액 속의 포도당 농도가 정상보다 매우 낮은 상태다. 너무 많은 용량의 인슐린 주사를 맞았거나 먹는 혈당강하제를 과도하게 복용한 경우, 식사를 잘 하지 못하거나 운동을 갑자기 많이 한 경우 등에 찾아온다. 당뇨병 치료 중 나타나는 가장 흔한 부작용인 셈이다. 사람에 따라 편차가 있지만 대체로 70~50㎎/㎗ 이하로 떨어지면 저혈당 증상이 나타난다.


저혈당은 공복감·떨림·오한·식은땀 등 다양한 증상을 수반한다. 식사를 안 했거나 늦어진 경우 허기를 느끼고 기운이 없어지며 식은땀이 난다. 손이 떨리고 눈앞이 희미해지며 죽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는 환자도 있다. 심하면 실신·쇼크 등을 유발한다.

저혈당이 온 경우 대부분은 당분을 적절히 보충하면 10~20분 안에 정상을 회복한다. 의식을 잃고 병원 응급실로 실려가는 도중 응급구조사가 구급차에서 포도당 수액을 주사하거나 인슐린의 활동을 억제하는 글루카곤 호르몬제를 주사한 뒤 의식이 돌아와 바로 귀가하기도 한다. 반면 의식을 잃은 뒤 장시간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못하거나 사고를 당해 사망하기도 한다. 수면 중 의식을 잃어 뇌가 손상돼 깨어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저혈당 상태에서 의식을 잃거나 혼수상태에 빠지는 것을 ‘저혈당 쇼크’라고 한다. 성균관대 제약산업학과 이의경 교수팀이 국내 2형(성인형) 당뇨병 환자 227만여명을 1년간 추적 관찰한 결과 연간 저혈당 쇼크 발생률이 0.96%로 집계됐다.

김병준 가천대 길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는 “저혈당 위험·빈도를 낮추기 위해 저혈당 위험이 적은 당뇨병 치료제를 선호하지만 혈당을 적극적으로 조절하려 할수록 저혈당 빈도가 증가하는 문제가 있다”며 “반면 혈당이 조절되지 않은 환자는 저혈당이 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2형 당뇨병 초기에는 적절한 약제 선정으로 저혈당 발생을 줄이거나, 저혈당이 생기더라도 가볍게 오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인슐린을 사용하는 1형(소아형) 당뇨병, 발병한 지 오래 돼 인슐린을 사용하는 2형 당뇨병에서 혈당을 열심히 조절하려 할수록 저혈당 위험은 늘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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잦은 저혈당으로 인한 ‘저혈당 무감지증’은 더 무섭다. 저혈당에 대비할 수 있는 증상 없이 곧바로 의식을 잃기 때문에 옆에 도와줄 사람이 없으면 끔찍한 일이 생길 수 있다.



인슐린 치료를 받는 환자에게 저혈당 위험과 빈도를 줄이려는 노력은 저혈당이 덜 오는 ‘기저 인슐린’, 하루종일 혈당을 감시할 수 있는 연속혈당기계 개발로 이어지고 있지만 완벽하게 막을 수는 없다.

저혈당 증상이 생기면 손가락 끝을 바늘로 찔러 저혈당 때문인지 확인하곤 한다. 하지만 이는 저혈당이 온 것을 증명할 뿐 저혈당을 막을 수는 없다. 연속혈당측정기는 피하에서 혈당을 측정하므로 저혈당이 생기는 혈액과 측정치에 시간차이가 생길 수밖에 없다. 피하에 주사바늘 같은 센서를 1주일마다 바꿔 부착해야 하고 감염 위험도 있다.

김 교수는 “최근 연속혈당측정기와 인슐린 펌프를 연동한 인공췌장기도 등장했지만 혈당 측정의 시간차이, 인슐린 펌프에서 주입된 인슐린의 작용시간 차이까지 줄이기는 어렵다”며 “두 기기를 혈관이 인접한 체내에 심고 혈관에서 직접 혈당을 재고, 혈관에 직접 인슐린을 준다면 이런 시간차이를 극복할 수 있지만 인슐린의 재충전, 센서의 수명, 배터리의 한계 등 때문에 요원하다”고 설명했다.

췌도이식은 이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 췌장이식도 있지만 당뇨병 환자에게 필요한 것은 소화효소가 나오는 췌장이 아니라 혈당을 인지하고 인슐린과 글루카곤의 분비를 조절해주는 췌도다. 췌도 분리작업이 수월하지 않아 췌장 전체를 이식하고 있지만 췌도를 분리하는 수율이 일정하고 췌도의 숫자가 충분하다면 부작용이 적고 여러 번 시행할 수 있는 췌도이식이 대안이 될 수 있다.

김 교수는 “다만 뇌사자 췌도이식(동종이식)은 간·콩팥 등 다른 장기에 우선순위가 밀리고 쉽게 손상돼 어려움이 많다”며 “무균돼지의 췌도이식(이종이식)이 국내 임상시험에 성공한다면 많은 수의 췌도를 이식할 수 있어 ‘저혈당 없는 혈당조절’이 근본적으로 가능해진다”고 강조했다.


임웅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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