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낙태수술 거부' 일주일]임신중절약 구매 문의 빗발...짝퉁까지 판친다

대표 임신중절약 '미프진' 표방

中 등서 제조 인터넷 불법유통

가격 비싼데다 부작용도 심해

"피해우려...정부, 수습 나서야"

원치 않는 임신으로 인공임신중절(낙태)수술을 고민하던 여고생 A양은 최근 인터넷을 통해 69만원을 주고 임신중절약을 주문했다. A양이 낙태수술 대신 임신중절약을 복용하기로 한 것은 서울 시내 산부인과 수십 곳을 들러 낙태수술이 가능한지 물어봤지만 대부분 산부인과가 못하겠다는 뜻을 나타냈고, 그나마 해주겠다는 곳도 수백만원에 달하는 터무니 없이 높은 수술비를 요구했기 때문이다. 반면 임신중절약은 비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카카오톡의 일대일 상담으로 손쉽게 구입할 수 있었다.




보건복지부가 낙태수술을 한 의사의 자격을 1개월 정지하는 행정규칙을 공포한 데 대한 반발로 산부인과 의사들이 지난달 28일 낙태수술 전면 거부에 돌입한 지 1주일이 지나며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임신중절약을 찾는 문의가 늘고 있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무분별한 복용에 따른 부작용은 물론 짝퉁 임신중절약의 확산을 우려하고 있다.

5일 의료계에 따르면 지난 한 주간 임신중절약을 찾는 문의가 크게 늘었다. 해외에서 가장 많이 이용되는 대표적인 임신중절약 ‘미프진’을 판매하는 한 사이트에서는 평소 주 40건에 불과했던 구매 상담이 지난달 28일 산부인과 의사들의 낙태수술 전면거부 선언 이후 일주일간 70건으로 2배 가까이 늘었다. 다른 사이트도 가격 문의와 복용 문의가 비슷하게 증가했다. 문제는 임신중절약이 국내법상 불법이다 보니 유통 과정이 불투명하고 의사의 처방에 따른 올바른 복용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미프진의 경우, 효능과 안정성은 입증됐지만, 환자 개개인의 임신 상황에 맞춘 복용 방법 안내가 이뤄지지 않고 있고, 가격도 국내에서 구매하려면 수십만원으로 비싸다.

임신중단약 미프진 (Mifegyne)임신중단약 미프진 (Mifegyne)


미국 등 해외 주요 국가에서는 임신 초기에 200달러(약22만원)인 가격이 국내에선 임신 초기 임산부는 40만원 수준, 7~8주 이후는 60만원 수준으로 2배가량 비싸며, 이마저도 현금거래만 가능하다. 개봉 여부와 상관없이 환불이 불가능한 것은 물론, 복용관리도 카카오톡을 통해서 하거나 아예 판매 후에는 신경을 쓰지 않는 곳도 있다. 심지어 임신 12주 이후에는 임신중절 효과가 전혀 없음에도 불구하고 인터넷을 통해 12주 이상의 임산부에게 무분별하게 임신중절약을 판매하기도 했다. 임신중절약을 파는 웹사이트에서는 비밀 카톡이나 홈페이지의 챗봇(채팅로봇) 상담으로 구입의사를 밝힌 뒤, 간단한 설문조사에 응하기만 하면 구매가 가능한 상황이다.


더 큰 문제는 미프진을 표방한 가짜 약이다. 의료계는 국내 유통되는 임신중절약 중 중국과 인도 등에서 제조한 짝퉁 임신중절약이 포함돼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지난 2011년에는 중국에서 짝퉁 임신중절약을 밀반입하려던 일당이 적발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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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하루빨리 현재의 사태를 수습해 원치 않는 임신을 한 임산부들의 고통을 줄여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김동석 산부인과의사회 회장은 “수술을 해야만 하는 사람이 여전히 많은 상황에서 임신중절수술을 금지하면 불법 낙태약을 사용할 수 밖에 없는데, 이 중에는 어떻게 만들었는지도 모르고 진짜 약인지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다”며 “부작용이 심한 경우 하혈과 이로 인한 패혈증으로 사망까지 이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 회장은 “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정부 차원에서 낙태를 금지하는 필리핀 브라질의 여성사망률이 높은데, 우리나라도 이 전철을 밟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양사록·우영탁기자 sarok@sedaily.com

양사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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