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MB 청와대, 용산 참사 덮으려 '강호순 물타기' 지시?

/사진=연합뉴스/사진=연합뉴스



이명박 정부 시절 청와대가 ‘용산참사’ 사건 원인이 경찰의 폭력진압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정당한 법집행이었던 것처럼 조직적으로 은폐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경찰 차원에서도 일선 경찰들을 동원해 경찰에 대한 비판 여론을 차단하는 등 온라인상 여론전을 펼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예상된다.


경찰청 인권침해사건 진상조사위원회는 5일 용산참사 사건에 대한 인권침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당시 청와대 국민소통비서관실 모 행정관은 경찰청 홍보담당관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용산사태를 통해 촛불시위를 확산하려고 하는 반정부단체에 대응하기 위해 ‘군포연쇄살인사건’의 수사 내용을 더 적극적으로 홍보하기 바란다”고 요청했다.

강호순 연쇄살인사건으로 더 잘 알려진 군포연쇄살인사건은 강호순이 장모 집에 불을 질러 장모와 아내를 살해한 이래 경기도 서남부 일대에서 7명의 여성을 연쇄납치해 살인한 사건을 말한다. 강호순은 용산참사(2009년 1월20일)와 비슷한 시기인 1월24일 경찰에 검거됐다.

메일에는 ▲연쇄살인 사건 담당 형사 인터뷰 ▲증거물 사진 등 추가정보 공개 ▲드라마 CSI와 경찰청 과학수사팀의 비교 ▲사건 해결에 동원된 경찰관, 전경 등의 연인원 ▲수사와 수색에 동원된 전의경의 수기 등을 통한 홍보가 즉각적인 효과를 노릴 수 있을 것이라고 써 있다.


이 행정관은 또 “용산 참사로 빚어진 경찰의 부정적 프레임을 연쇄살인사건 해결이라는 긍정적 프레임으로 바꿀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며 “언론이 경찰의 입만 바라보고 있는 실정이니 계속 기삿거리를 제공해 촛불을 차단하는데 만전을 기해 달라”고 당부했다.



실제 강호순이 검거되고 난 후 다수 언론에서는 특정강력범죄 처벌에 관한 특례법 개정 전인데도 강호순의 얼굴과 신상을 공개하는 이례적 보도 행태를 보였다.

당시 청와대는 “경찰청 관계자에게 개인 아이디어를 전달하는 과정에서 빚어진 일로 확인했다”며 “청와대가 경찰에게 본 사건 관련 보도지침이나 공문을 지시한 바 없다”고 부인했지만 조사위는 이를 그대로 믿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사건 발생 직후 작성된 경찰의 대응문건에는 여론을 경찰에 우호적으로 조성하려는 계획도 나타나 있다. 경찰청장 내정자였던 당시 김석기 서울경찰청장(현 자유한국당 의원)의 지시사항에는 온·오프라인상 경찰입장을 홍보하고 언론계 인사를 접촉해 경찰을 옹호하는 기사나 칼럼이 게재될 수 있도록 하라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당시 전국 사이버수사요원 900명을 통해 인터넷 사이트의 여론을 분석하고 게시글에 대해 1일 5건 이상의 반박글을 올리라는 ‘경찰청장 내정자 지시사항’ 문건도 확인됐다. 진상조사위가 확보한 내부문건에 따르면 2009년 1월24일 기준으로 인터넷 게시물 및 댓글이 약 740건, 여론조사와 투표 참여 약 590건이 이뤄졌다.

또 당시 청와대 국민소통비서관실 행정관이 경찰청 홍보담당관에게 용산화재의 파장을 막기 위해 ‘강호순 연쇄살인사건’을 적극 활용하라는 이메일을 보낸 사실이 확인됐다. 진상조사위 관계자는 “강호순이 검거된 이후 다수 언론에서 강호순의 얼굴과 신상을 공개하는 등 관행과 다른 이례적인 모습을 보였다”고 지적했다.

권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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