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생활

패피들의 잇템...'복고'가 밥먹여주네

디올 20년전 새들백 '잇백'으로 부활

젊은층 "신선" SNS 인증 올리며 열광

중장년층에도 인기...구찌 아성 넘봐

시장 침체 아웃도어도 복고로 기사회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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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고’가 단순 트렌드를 넘어서 브랜드의 부활을 위한 ‘키’가 되고 있다. 젊은 세대에게는 ‘새로움’으로, 이전 세대에게는 ‘반가움’으로 복고아이템들이 출시 때마다 히트를 치자 패션·식품업계는 지속적으로 복고 아이템을 선보이고 있다.

명품 가운데서는 디올이 복고를 선택해 부활 성공을 선언했다. 우아하고 고리타분한 ‘클래식 디올’에서 감각적인 복고를 입힌 ‘레트로 디올’로 다시 태어난 것이다.


디올은 지난 7월 20년 전 처음 선보였던 말 안장 모양의 ‘새들백’을 재해석해 내놨다. 지난 2016년 디올의 여성 최초 아트 디렉터로 부임한 마리아 그라치아 치루이가 다시 부활시킨 이 디자인은 지금 ‘없어서 못 사는 백’이 됐다. 평균 가격은 200만~300만원대로 여기에 소재와 스트랩을 달리 하면 가격은 금세 800만~900만원까지 뛰지만 그마저도 사기가 어려운 백이 됐다. 명품 커뮤니티에는 ‘새들백 구매 인증글’이 끊임없이 올라오고 있다.

돌아온 새들백에 열광하는 건 새들백 디자인을 새롭게 느끼는 밀레니얼 세대뿐만이 아니다. 2000년 초 새들백이 유행할 당시 해당 가방을 구매한 중장년층도 새들백 인기에 열광하고 있다. 재출시 전까지만해도 5만원이었던 중고 가격은 새들백이 인기를 끌며 현재 50만원 이상으로 뛰었다. 20년 전 구매했던 가방이 다시 인기를 끄는 것에 대한 신기함과 함께 이른바 ‘복고 재테크’도 가능해진 셈이다.

디올은 여성성을 강조한 ‘자디올 슬링백 슈즈’ 등으로 재미를 보다 이제 아예 모노그램이 강조된 ‘복고템’을 잇달아 출시하며 젊은 느낌으로 재탄생해 밀레니얼 세대들의 사랑을 받은 구찌의 아성을 넘보고 있다.


디올 뿐 아니라 크리스찬 루부탱도 1990년대 농구화를 닮은 디자인인 ‘오렐리옹’ 남성 스니커즈를 출시하며 복고 트렌드에 가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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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인기를 끈 보이런던도 다시 인기를 끌고 있다. 중국인이 보이런던을 찾기 시작하면서 국내에서도 보이런던 인기가 높아졌다. 신세계면세점에 따르면 명동점에 4월 입점한 보이런던은 현재 매출이 오픈 대비 80% 성장했다. 이에 힘입어 오는 10월 부산점에도 신규 매장이 들어설 예정이다. 보이런던이 다시 인기를 끌면서 해당 브랜드의 중고품 거래도 다시 활발해졌다.

캐주얼 브랜드 가운데 복고로 부활에 성공한 대표적인 브랜드는 휠라다. 휠라도 최근 19년만에 재출시한 ‘보이 어소러스99’ 신발이 큰 마케팅을 하지 않고도 1020대들에게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지난 6월말 온라인 채널에 처음 선보인 뒤 재고가 빠르게 소진되자 1달만에 전국오프라인 매장에서 판매하기 시작했다.

시장 침체로 고전 중인 아웃도어도 생존 전략으로 ‘복고’를 선택했다. 노스페이스는 1996년 첫 선을 보인 ‘눕시 재킷’을 오렌지·블루 등 원색을 가미한 ‘레트로 눕시 재킷’으로 22년 만에 재출시했다. 밀레 역시 1921년에 출시했던 브랜드 오리지널 아노락 재킷을 현대적으로 감각으로 재해석한 ‘밀레 클래식 1921 아노락’을 출시했다.

스포츠 패션 업계도 레트로 무드로 물들고 있다. 푸마는 1980년대 모델을 재탄생시킨 ‘RS0’ 시리즈를, 리복은 1990년대 리복 러닝화 ‘DMX 10’을 계승한 ‘DMX 1200’을 내놓는가 하면 프로스펙스도 1998년 인기를 끌었던 신발 ‘헬리우스B1’을 20년 만에 업그레이드해 출시했다.

세정도 50년 전 기업의 모태였던 ‘동춘 상회’의 이름을 따 복합쇼핑몰 ‘동춘 175’을 만들었다. 동춘 175에는 3040대 여성 고객들이 주 고객층으로 하루 평균 5,000여명이, 주말에는 1만 명이 다녀가고 있다.

식품업계도 지난해 불황을 타개하는 트렌드로 ‘컬래버’를 선택했다면 올해는 장수 제품의 리뉴얼과 단종 제품의 부활이 한창이다. ‘옛날 그 맛’을 기억하는 이전 세대들을 소비층으로 확보해 실패할 확률이 적으면서도 젊은 소비자들에겐 새로움으로 승부하는 전략이다.


변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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