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6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이명박 전 대통령의 1심 결심공판에서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조세포탈·횡령, 형법상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등 16개 혐의에 대한 근거를 조목조목 대며 “전형적인 부정부패 행각”이라고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당선 무효 사유를 숨긴 채 국민을 속이고 대통령 지위를 누리면서 권력을 전리품처럼 남용했다”는 신랄한 지적도 내놓았다. 반면 이 전 대통령과 변호인들은 황당하다는 반응과 함께 “측근들이 검찰 회유에 거짓말을 했다”고 반박했다.
검찰은 무엇보다 이 전 대통령이 다스의 실소유주임을 확신하며 “대한민국 최고권력자였던 대통령이 다스를 사금고처럼 이용하고 투자금 회수를 위해 국가기관을 동원했다”고 구형 사유를 밝혔다.
이 전 대통령이 범죄 책임을 전가하고 있는 김성우 전 다스 사장, 이동형 다스 부사장,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 등 측근들이 하나같이 입을 모아 “사건의 정점에 이 전 대통령이 있다”고 진술한 점을 무시할 수 없다는 주장이었다. 또 이른바 ‘이팔성 비망록’, 김 전 기획관의 이동식저장장치(USB), 영포빌딩에서 입수한 ‘VIP 보고사항’ 문건 등은 이 전 대통령의 혐의를 강력히 뒷받침하는 물증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다스가 삼성으로부터 지원받은 미국 소송비 585만달러(약 68억원)와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에게서 받은 22억6,000만여원에 대한 혐의는 징역 20년 구형에 결정타 역할을 한 것으로 해석된다. 특가법상 뇌물죄는 수뢰액 1억원 이상인 경우 무기징역이나 10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며 특가법상 횡령은 50억원 이상일 경우 무기징역이나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한다.
검찰은 “국민 여망을 담아 서민 대통령을 자처해 당선돼놓고 국회의원·금융기관장 등을 대가로 거액의 뇌물을 받았다”며 “검찰 조사에 한 번만 응하고 추가 조사와 피고인 신문조차 거부하는 등 전직 국가원수답지 않은 무책임한 행동에 진솔한 사과와 해명을 원했던 국민들은 더 깊은 좌절과 실망감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 전 대통령과 변호인단은 끝까지 ‘완전 무죄’를 주장했다. 변호인단은 검찰이 측근들을 참고인이나 피의자로 조사하면서 ‘플리바게닝(사전 형량 조정)’을 벌인 의혹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 전 대통령 공소장에 공범으로 적시된 인물들이 아예 재판에 넘겨지지 않았거나 일부 혐의에 대해서만 기소됐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오직 이 전 대통령만을 잡기 위한 목적이 있던 게 아니냐는 주장이었다.
특히 이날 공책을 들고 15분 동안 직접 최종진술에 나선 이 전 대통령은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 등 자신의 재임 시절 업적을 나열하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이 전 대통령은 “삼성의 소송비 대납 의혹은 수사 과정에서 처음 들었다”며 “그 대가로 이건희 삼성 회장을 사면했다는 주장은 분노를 넘어 비애까지 느끼게 한다”고 한탄했다. 그는 또 “부정부패를 가장 싫어해 경계하며 살아왔는데 너무나 치욕적”이라며 “권력과 돈을 한꺼번에 가졌다는 내게 덧씌워진 상투적 이미지의 함정에 빠져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다. 이어 “내 재산은 지금 사는 집 한 채가 전부”라며 “다스를 단 한 번도 가져본 적 없고 가끔 자문만 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오는 10월5일 오후2시 이 전 대통령에 대한 1심 선고를 내리기로 했다. 만약 검찰 구형대로 이 전 대통령의 형량이 확정될 경우 이 전 대통령은 만 97세에 출소하게 된다. 이는 징역 총 33년을 선고받아 형 확정 시 99세에 출소하는 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슷한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