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도 공항 검역단계에서 아무런 의심 없이 통과한 남성 스스로 설사 치료차 민간 병원을 찾았다가 메르스 환자로 판명 났다. 더욱이 이 남성은 지난달 28일 설사로 쿠웨이트 현지 의료기관을 방문했다고 한다. 공항에서 조금만 더 꼼꼼히 살폈으면 입국장에서 격리가 가능했다는 얘기다. 정부의 검역체계에 구멍이 뚫렸다는 지적이 나올 만하다. 그나마 정부가 감염병 위기경보 수준을 격상하고 9일 긴급관계장관회의를 여는 등 신속하게 움직이고 있어 다행스럽다.
하지만 공항에서의 검역 실패로 밀접접촉자가 20명이 넘는 것으로 파악돼 안심하기에는 이르다. 수동 감시자도 항공기 동승객 등 400여명에 달한다니 추가 확산이 우려된다. 메르스는 잠복기가 14일 정도여서 앞으로 감염자가 더 나올 수 있다. 메르스 같은 질병의 방역은 무엇보다 초기 대응이 중요하다. 2015년 메르스 공포 때 38명이나 사망한 것도 초기 대처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당시 첫 확진 환자가 발생했는데도 컨트롤타워조차 가동되지 않는 등 갈팡질팡하다 골든타임을 놓쳤다. 이런 실패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 이를 위해서는 접촉자들을 정확히 파악해 2차 감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게 급선무다. 이는 정부·지자체의 유기적인 협력체계와 정보공유가 있어야 가능하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국민들도 의심증상이 나타나면 즉각 신고하는 등 조기 방역에 협조할 필요가 있다.
이참에 음압격리병실 추가 확보 등 메르스 상시 방역체계 구축을 서둘러야 한다. 올해도 중동에서만 116명이 메르스에 감염돼 이 중 30명이 사망했다. 메르스가 언제든지 국내로 유입될 가능성이 상존하는 상황에서는 더 말할 나위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