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라이프

인천공항검역소 메르스 방역체계 '구멍'

쿠웨이트서부터 설사 증세 신고했지만

'고열·호흡기 증상 없다' 검역대 무사통과

입국 후 곧바로 간 병원서 의심환자 판정

인천국제공항 검역대를 무사통과한 61세 남성 A씨가 4시간여 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의심’ 진단을 받고, 22시간여만에 환자로 확진돼 검역체계에 허점이 드러났다.

발열을 동반한 기침·가래·숨가쁨 등 호흡기 증상에 집착하다보니 설사·구토 같은 소화기 증상을 등한시한 결과다.


국내에서 3년만에 발생한 메르스 환자 A씨는 지난 7일 오후 5시께 인천공항에 입국하면서 건강상태 질문서에 ‘10일 전 쿠웨이트에서 설사 증상이 있었다’고 썼다. 하지만 공항 검역소 검역관은 고막체온계로 측정한 체온이 36.3도로 정상이고 기침·가래·숨가쁨 등 호흡기 증상이 보이지 않는다며 의심환자로 분류하지 않고 통과시켰다. 다만 귀가 후 발열 등 메르스 증상이 생기면 질병관리본부 콜센터(1339)에 신고할 것을 당부하고 메르스 예방관리 리플릿을 건넸다.

관련기사






반면 삼성서울병원의 대응은 달랐다. 입국하자마자 설사 증세 치료를 위해 택시를 타고 병원으로 이동하던 A씨가 전화로 중동에서부터 설사 증상이 있었다고 하자 처음부터 응급실 밖 격리진료소에서 맞았고 보호용구를 착용한 의료진이 진료했다. 발열·가래·폐렴 증상이 확인되자 병원 측은 밤 9시 34분께 질병관리본부에 메르스가 의심된다고 신고했고 질본은 A씨를 국가지정 격리병상이 있는 서울대병원으로 이송하도록 조치했다. A씨는 운전자와 환자 사이에 격벽이 설치된 강남구 보건소의 음압구급차로 이송됐다. 서울대병원은 서울시보건환경연구원에 A씨의 검체를 보냈고 8일 오후 4시께 환자로 확진됐다. 검역대를 무사통과한지 22시간여만이다.

공항 검역단계에서 A씨를 놓치면서 자택에서 격리된 밀접접촉자(환자와 2m 이내에서 긴밀하게 접촉하거나 같은 공간에서 생활한 사람, 환자의 분비물과 접촉한 사람 등)가 검역관, 출입국심사관, 항공기 승무원, 탑승객 외에도 의료진, 부인, 택시기사 등 21명으로 늘어났다.

한 대학병원 의사는 “메르스 등 감염병 환자는 증상이 나타나기 전 잠복기(메르스는 2~14일)에 공항 검역을 통과하는 경우가 많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A씨의 경우 설사 등 메르스와 관련이 있을 수 있는 소화기 증상을 신고했고 입국한 지 얼마 안 돼 병원에서 의심환자 판정을 받은 만큼 검역단계에서의 미흡한 부분을 보완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임웅재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