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리먼 10년 끝나지 않은 금융위기<상>] 위기극복서 구조조정 대상으로..車·조선 '놓쳐버린 골든타임'

車·조선 고비용·저효율 벗어날

수차례 구조조정 기회 날려

노동·교육개혁도 속도 못내




2년 전 이맘때 정부는 4개월간의 고심 끝에 조선업 구조조정 방안을 내놓았다. 시장이 기대했던 ‘빅딜’은 없었다. 대우조선해양과 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 ‘빅3’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설비와 인력 감축 등 ‘허리띠 졸라매기’와 6조5,000억원의 대규모 재정 투입이 대책의 전부였다. 지난 3월에도 파산 위기에 몰린 중견 조선사 성동조선과 STX조선을 내치지 못하고 마지막 기회라며 또다시 손을 잡아줬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의 효자는 조선이었다. 2010년 이후 빠르게 수출을 늘려가며 성장을 이끌었다. 하지만 우리 경제는 기회를 놓쳤다. 호기 때 구조조정 기회를 놓친 것이다. 현재 대형 조선사들은 여전히 적자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대우조선해양만 유일하게 흑자를 내고 있지만 올해 2·4분기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5.5% 줄어들 정도로 어렵다. 지난달 국내 선박 수출액은 전년 대비 72%나 뒷걸음질쳤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의 원동력이 됐던 자동차 산업 역시 보릿고개를 지나고 있다. 3개월 전 한국GM 군산공장은 폐쇄됐고 이 여파로 지역 경제는 파산 직전에 몰려 있다. 수출에서도 현대차를 제외한 나머지 국내 완성차 업체들의 실적이 나날이 떨어지고 있다. 8,800개에 달하는 자동차 부품 업체들 역시 연쇄 위기에 직면해 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한국 자동차 산업은 2011년 최고 생산 수준에 돌입할 정도로 성장 가도에 있었다”면서 “그때 산업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자율주행차·전기차 등 미래 먹거리를 찾는 데 공을 들여야 했는데 골든타임을 놓친 것이 뼈아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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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구조조정과 산업 경쟁력 강화의 골든타임을 놓치자 중국이 그 빈틈을 파고들고 있다. 중국 정부는 최근 국유 조선사인 중국선박공업집단공사(CSSC)와 중국선박중공집단공사(CSIC)의 합병안을 사전승인했다. 두 회사가 합병할 경우 연간 매출 규모가 총 5,080억위안(약 86조2,940억원)이 된다. 이는 세계 1~3위 조선사인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의 매출 합계보다도 2배가 넘는 수준이다. 자동차 산업에서도 중국 완성차의 기술력과 경쟁력이 크게 향상되면서 내수 기업의 시장 점유율이 50%에 육박할 정도로 성장했다.

금융위기 이후 반도체 산업이 유일하게 고속 성장하고 있지만 되레 한국 경제에 독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반도체 수출액은 지난 2008년 328억달러에 불과했지만 지난해는 이보다 3배에 육박하는 929억달러를 기록했다. 노동개혁과 교육개혁 등 사회 전반의 구조개혁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매번 때를 놓쳤다는 지적이 나온다. 노동개혁 4개 법안(근로기준법ㆍ고용보험법ㆍ산재보험법ㆍ파견법)은 19대 국회에서 폐기된 뒤 20대 시작과 함께 다시 발의됐지만 여소야대와 떨어지는 대통령의 지지율로 인해 올해도 국회 문턱을 넘기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근에 고용사정 악화 등의 가장 직접적 원인은 최저임금 인상이나 근로시간 단축이지만 전반적으로 경제가 가라앉은 원인은 산업·노동·교육 등의 구조개혁이 실패해 주력산업이 경쟁력을 잃었기 때문”이라며 “정부가 적극적으로 구조개혁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세종=강광우기자 pressk@sedaily.com

강광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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