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조 SUV’ 지프 랭글러의 완전 변경 모델이 11년 만에 국내 시장에 공식 출시됐다. 더 강해지고 스마트해진 랭글러를 타봤다. 하제헌 기자 azzuru@hmgp.co.kr◀
오리지널이 갖는 힘은 강력하다. 지프 랭글러는 제2차 세계대전에서 활약했던 미군 4륜구동 차량 ‘지프(윌리스MB)’에서 탄생했다. 무려 77년의 역사를 지니고 있다. 이번에 국내 출시된 올 뉴 랭글러는 지난해 미국 LA모터쇼에서 최초로 공개된 모델로 2007년 이후 11년 만에 완전 변경됐다. 국내에서는 4도어 가솔린 모델인 올 뉴 랭글러 스포츠(4,940만 원), 올 뉴 랭글러 루비콘(5,740만 원), 올 뉴 랭글러 루비콘 하이(5,840만 원), 올 뉴 랭글러 사하라(6,140만 원) 네 가지 트림이 먼저 나왔다.
랭글러는 오프로더 마니아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차량이다. 올 뉴 랭글러 사하라를 타고 강원도 평창군 흥정산 일대 바윗길과 계곡을 오르내렸다. 랭글러 중 사하라 트림은 도심 온로드에 더 적합하게 세팅한 차다. 물론, 루비콘 트림에 비해 그렇다는 말이다. 사하라는 루비콘 보단 약하지만 여느 SUV보다는 훨씬 강력한 오프로드 돌파력을 갖고 있다.
올 뉴 랭글러는 지프의 전통인 7슬롯 그릴과 원형 헤드램프, 사각 테일램프 디자인을 유지하면서 LED 헤드램프 같은 현대적 디자인 요소를 반영했다. 지프는 랭글러가 전통을 유지할수록 브랜드 파워가 더 강해질 것임을 잘 알고 있는 듯하다.
사하라에 올라타고 시동을 걸었다. 올 뉴 랭글러는 기존 V6 엔진 성능을 뛰어넘는 새로운 4기통 2리터 터보차저 가솔린 엔진을 품고 있다 여기에 8단 변속기를 물려 최대 출력 272마력, 최대 토크 40.8kg·m를 낸다. 사하라는 무척 조용하고 부드럽게 움직였다.
이전 모델과 완전히 다른 차라는 느낌을 단번에 알 수 있었다. 이 정도면 도시에서 패밀리카로 사용해도 전혀 문제될 게 없다. 본격적인 시승을 위해 오프로드 구간으로 들어섰다. 4륜구동 오토모드로 전환하고 오르막길에 들어섰다. 사하라는 연신 좌우로 기우뚱거리면서 경사각 35도가 넘는 언덕길을 올랐다. 사하라에 적용된 상시 사륜 구동 시스템 ‘셀렉 트랙 풀타임 4륜구동 시스템’은 지속적으로 동력을 전륜과 후륜에 전달하며 어떤 장애물도 쉽게 오를 수 있도록 설계됐다. 올 뉴 랭글러는 이전 모델처럼 스틱형 구동 변속 레버를 탑재하고 있다. 랭글러를 소유하고 있으면 수동으로 구동륜을 전환하는 멋진 ‘손맛’을 즐길 수 있다.
전고가 더욱 높아진 올 뉴 랭글러는 계곡에서도 바위에 긁히거나 걸리는 일이 없었다. 개울을 건널 땐 거침없이 물길을 가르고 나갔다. 올 뉴 랭글러의 최고 수중도하 깊이는 76.2cm로 성인 허리 깊이까지 물이 차올라도 거뜬히 건널 수 있다. 온로드 주행에선 가솔린 SUV임을 톡톡히 체감할 수 있었다. 전고가 높고 프레임 차체를 갖춰 어느 정도 소음이 있을 것으로 예상했으나 시속 40㎞ 안팎의 저속 주행 시 가솔린 엔진 특유의 정숙성이 두드러졌다. 랭글러에 ‘아날로그,’ ‘클래식’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이유가 이해됐다. 올 뉴 랭글러는 과거의 유산을 멋스럽게 소화해냈다. 최근 쟁쟁한 SUV들이 시장에 가세하는 가운데 올 뉴 랭글러의 매력이 국내 시장에도 통할지 관심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