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사법부 시절 청와대와 뒷거래로 재판이 지연됐다는 의혹을 받는 ‘일본 근로정신대 피해 소송’ 사건이 오는 10일 대법원 전원합의체에 회부됐다.
대법원은 10일 양금덕 할머니 등 여자근로정신대 피해자 4명과 유족 1명이 일본 미쓰비시 중공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상고심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했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오는 20일 전원합의 기일을 열어 이 사건을 논할 예정이다.
양 할머니 등은 지난 1944년 “일본에 가면 상급학교에 진학할 수 있고 돈도 벌 수 있다”는 일본인 교장의 말에 속아 미쓰비시 중공업 나고야 항공기 제작소로 동원됐다. 양 할머니 등은 약속과 달리 임금을 받지 못한 채 중노동에 시달려야 했다.
이들은 1999년 일본 정부와 미쓰비시 중공업을 상대로 일본 법원에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지만 2008년 일본 최고재판소에서 패소를 확정받았다. 이에 2012년 국내 법원에 다시 소송을 냈고 1·2심은 모두 원고 일부 승소를 판결했다. 2심에서 판결한 배상액은 피해자별로 1억~1억2,000만원이었다.
미쓰비시 측의 상고로 사건은 2015년 7월 대법원에 올라왔다. 쟁점은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으로 이들의 손해배상청구권이 소멸했는지 여부와 소멸시효 완성 여부, 일본 판결 인정 여부 등이었다. 하지만 해당 사건은 3년 넘게 계류됐다.
이 사건은 과거 법원행정처가 작성한 ‘강제노동자 판결 관련-외교부와의 관계(대외비)’ 문건 내용이 최근 알려지면서 재판거래 의혹으로 번졌다. 사법부가 대일관계 악화를 우려한 박근혜 정부를 의식했다는 의혹이다. 재판을 미룬 대가로 해외 파견 법관 자리를 얻어내려 한 정황이 드러나기도 했다. 이에 대법원은 지난달 여운택씨 등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4명이 전범 기업인 신일본제철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 재상고심 사건을 전원합의체에 우선 회부했다. 대법원은 “어려운 쟁점이라 시간이 소요됐다”고 주장했지만 법조계 안팎에서는 여전히 법원의 고의 지연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