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주택시장 중에서 집값이 하락세를 보이는 곳이 있다. 바로 경기도 안산시가 대표적이다. 각종 교통 호재에도 불구하고 공급물량 증가로 올해 들어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여기에 정부가 추가로 9,000가구 규모의 공동택지 지구 조정을 추진하면서 안산시 주택 시장이 내홍을 겪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8월 안산의 주택(다가구, 연립·다세대, 아파트 등 포함) 매매가격은 0.91% 하락했다. 이는 지난달(-0.61%)보다 낙폭이 더 커진 수치이면서, 올해 들어 최대 하락 폭이다. 주간 단위 조사에도 안산은 올 들어 한 번도 ‘보합(0.00%)’조차 기록한 적이 없는데 이런 경우는 수도권 지역에서 유일하다.
국토교통부의 실거래가 자료를 보면 단원구 고잔동의 L단지 전용 84㎡가 9월 4억 3,858만 원(26층)에 거래됐다. 이는 지난 3월 4억 4,996만 원(11층)보다 가격이 약 1,000만 원 가량 내려간 가격이다. 인근 H단지 전용 59㎡도 3월 3억 6,570만 원에서 9월 3억 5,800만 원으로 떨어졌다. A단지 전용 99㎡의 고층 매물이 최근 5억 4,000만 원에 손바뀜이 일어났는데 이 역시 올 5월 가격 5억 6,000만~7,000만 원보다 값이 떨어졌다는 평가다.
사실 지역 업계에서는 하반기께 사정이 다소 나아질 수도 있다는 분석이 있었다. 소사·원시 복선전철의 개통을 앞뒀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6월 복선전철이 개통하는 교통 호재에도 부동산 시장은 여전히 찬바람만 날리는 중이다. 김학렬 더리서치그룹 부동산조사연구소장은 “일반적으로 교통 노선이 뚫린다는 것 그 자체가 지역의 집값을 끌어올릴 수는 없다”면서 “교통이 개선되더라도 강남권 등과 같은 핵심 권역과 어떻게 연결되느냐가 중요한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인구유출도 이어지는 것도 부동산 가격을 끌어올리지 못하는 이유다. 안산시 조사결과를 보면 2016년 7월 74만 8,487명이었던 지역 인구는 지난해 동월 73만 7,331명으로 감소한 데 이어 올해 7월 71만 7,547명까지 줄었다.
공급물량도 시장에 큰 부담이 된다는 분석이다. 부동산 114에 따르면 지난해 안산은 입주물량이 하나도 없었지만 올해 6,810가구까지 입주한다. 내년에는 4,589가구로 줄지만 이후에는 1만 175가구까지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 또 인근의 화성 송산신도시, 시흥 배곧신도시, 수원 호매실지구 등까지 새 집이 늘어나 안산의 가격 상승을 차단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9,000가구에 달하는 공공택지지구가 조성될 수 있다고 하자 지역 여론은 불만의 목소리로 들끓는 양상이다.
안산 상록구의 한 중개업소 사장은 “가뜩이나 지역 부동산이 최악인 상태라 상대적 박탈감이 큰데 공급량을 여기서 더 늘리는 건 경기를 나락으로 떨어지게 하겠다는 것”이라면서 “서울 집값 잡으라는데 왜 안산 집값을 더 떨어뜨리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