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법원 ‘업무상 위력에 의한 성폭행’ 인정, 김문환 전 에티오피아 대사 1심서 징역1년

안희정 전 도지사에 인정 안 된 ‘업무상 위력’

김문환 전 대사에는 인정, 상반된 판결

김 전 대사 "싫은 내색 없었다" 항변했으나

법원 "지위에 항의하기 힘들었을것"이라며 받아들이지 않아

업무상 관계에 있는 여성 3명에게 성폭력을 저지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문환 전 주(駐)에티오피아 대사가 지난 3월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2회 속행공판을 마치고 법정을 나서고 있다./연합뉴스업무상 관계에 있는 여성 3명에게 성폭력을 저지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문환 전 주(駐)에티오피아 대사가 지난 3월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2회 속행공판을 마치고 법정을 나서고 있다./연합뉴스



업무상 지휘·감독을 받는 하급자를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김문환 전 주 에티오피아 대사에게 법원이 ‘업무상 위력에 의한 성폭행’을 인정해 유죄를 선고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3단독 박주영 판사는 12일 김 전 대사가 현지 공공기관 직원을 업무상 위력에 의해 간음한 혐의를 유죄로 보고 징역 1년을 선고했다.


김 전 대사는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합의 하에 이뤄진 성관계”라며 “업무상 지위나 위세를 이용해 간음하지 않았다”고 줄곧 혐의를 부인했으나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박 판사는 “사건이 발생하기 전에 두 사람은 업무상 관계 외에 친분이 없었고, 당일에도 이성적인 호감이 발생했다고 볼 만한 사정은 나타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 전 대사가 업무시간 외에 술자리를 자주 마련했는데, 거절을 잘 하지 못하는 피해자가 ‘숙제하듯 의무적으로’ 피고인과 테니스를 치고 저녁 식사 요청에 응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적극적으로 싫은 내색을 하지 않고 저항하지 않은 피해자의 태도에 대해 ‘받아준다’고 생각했다는 김 전 대사 측의 주장도 법원은 인정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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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판사는 “성폭행 이전에 두 차례 신체 접촉이 있을 때 피해자가 소극적인 행동으로 상황을 모면하려 했을 뿐 싫은 내색을 하지 않은 것은, 김 전 대사의 지위 등으로 비춰볼 때 단호하게 항의하기 어려웠다는 피해자의 진술이 수긍간다”고 밝혔다.

아울러 법원은 피해자가 불안과 공포로 얼어붙은 상태였던 것으로 보인다고 봤다. 불안한 상황에서 갑자기 이성적 호감이 생겼을 만한 사정이 없는데도, 어떤 이유로 피해자가 ‘받아줬다’고 생각하는지 납득할 수 없다고도 지적했다.

이는 최근 비서를 성폭행한 혐의를 두고 무죄를 선고받은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의 1심 판결과 대비된다. 서울서부지법 재판부는 안 전 지사가 비서 김지은씨를 간음한 혐의를 두고 “‘위력’이라 볼 만한 지위와 권세는 있었으나 이를 통해 자유의사를 억압했다고 보기 부족하다”고 결론내렸다.

두 사건 모두 가해자와 피해자의 상하관계가 뚜렷하고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이라는 혐의가 적용됐지만,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의 관계를 법원이 어떻게 바라보는지에 따라 달라진 것으로 분석된다.

당시 안 전 지사의 재판부는 “피해자가 (간음 후 아침에) 러시아에서 안 전 지사가 좋아하는 순두부를 하는 식당을 찾으려 애쓰고 귀국 후에는 피고인이 다니던 미용실을 찾아가 머리 손질을 받은 점 등을 봤을 때, 업무적 관계였다고만 단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백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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