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검찰, '사법행정권 남용 혐의' 전·현직 고위법관 줄소환

유해용·김현석·이민걸 소환…양승태 사법부 사법농단 의혹 관련

이민걸 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왼쪽부터), 김현석 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 유해용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이 12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양승태 사법부의 사법농단 의혹과 관련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연합뉴스이민걸 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왼쪽부터), 김현석 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 유해용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이 12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양승태 사법부의 사법농단 의혹과 관련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연합뉴스



검찰이 12일 재판거래와 법관사찰 등 양승태 사법부의 사법농단 의혹에 연루된 전·현직 고위법관들을 줄소환했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이날 오후 2시 대법원 기밀자료를 무단 반출했다가 검찰 수사 중 파기해 증거인멸 논란을 일으킨 유해용(52)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현 변호사)을 지난 9일에 이어 두 번째 소환했다. 유 변호사는 ‘(증거를 인멸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서약서를 썼는데 왜 문건을 파기했느냐’는 물음에 “(서약서는 형사소송법상) 작성할 필요가 없는데 검사가 요구해서 어쩔 수 없이 썼다”고 답했다. 이어 자신의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심사를 진행 중일 때 현직 판사들에게 ‘구명 이메일’을 보냈다는 의혹과 관련해 “안위를 걱정해 소식을 물어보는 지인들에게 보낸 것”이라며 “이미 제가 범죄자로 기정사실화 하는 상황에서 억울한 처지를 주변 사람들한테도 말하지 못한다면 불공정하다”고 항변했다.


검찰은 유 변호사가 박근혜 전 대통령의 ‘비선 의료진’이었던 김영재 원장 측의 특허소송 관련 정보를 불법 수집하는 등 법원행정처와 대법원·청와대의 연결고리 역할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전교조 법외노조 소송, 옛 통합진보당 의원들의 지위확인 소송 등의 양승태 사법부 시절 재판거래 의혹이 불거진 사건들도 유 변호사가 관련됐다고 의심하고 있다. 그 외에도 검찰은 압수수색 영장이 세 차례 기각되는 동안 불법 반출한 대법원 기밀문건들을 파기한 정황에 대해서도 집중 수사할 것으로 보인다. 유 변호사는 올해 초 법원을 퇴임하며 갖고 나간 재판연구관 보고서와 판결문 초고 등 최대 수만 건의 기밀문건을 지난 6일 모두 파기했다고 말한 바 있다.

검찰은 유 변호사의 후임 김현석(52) 현 수석재판연구관도 이날 오전 11시 소환했다. 김 연구관은 선임연구관으로 있던 2016년 6월 법원행정처에서 옛 통진당 의원들 소송을 전원합의체에 넘기는 방안을 검토하는 문건을 유해용 당시 수석연구관에게 전한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은 이 문건이 대법원 재판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조사하고 있다.


그 외에도 오전에 양승태 사법부에서 법원행정처 간부로 있었던 이민걸(57) 서울고법 부장판사가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소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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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부장판사는 2015년 8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법원행정처 기조실장으로 재직하며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전범 기업을 상대로 낸 민사소송에서 법원행정처와 정부의 ‘뒷거래’에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이미 이 부장판사가 2016년 9월 임종헌 당시 법원행정처 차장과 외교부를 찾아가 구체적인 재판 진행방향을 설명·논의했다는 것을 입증할 증거를 확보했다.

이 부장판사는 지난해 초 법원행정처가 학술단체 중복가입을 금지하는 방법으로 법관 모임인 국제인권법연구회의 와해를 시도한 과정에 개입한 의혹도 받고 있다. 국제인권법연구회는 양승태 사법부의 역점 과제였던 상고법원 도입에 비판적인 태도를 보인 바 있다. 또 이 부장판사가 기조실장 재직 당시 법원행정처의 ‘비자금’ 운용에 어떤 역할이었는지도 수사대상이다. 검찰은 2015년 법원행정처가 각급 법원으로부터 공보관실 운영비 예산 3억5,000만원을 현금으로 돌려받고, 법원장 등 고위법관들에게 나눠준 사실을 확인한 다음 구체적인 사용처를 추적하고 있다.

이날 오전 10시 출석한 이 부장판사는 ‘강제징용 재판 개입을 인정하느냐’, ‘학술단체 중복가입 금지가 행정처 업무인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지시를 받았는가’ 등 여러 질문에 응답하지 않고 “검찰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라는 말만 남겼다.

/노진표 인턴기자 jproh93@sedaily.com

노진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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