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9·13 주택시장 안정대책’ 합동브리핑에는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최종구 금융위원장 외에 한승희 국세청장이 참석했다. 한 청장은 지난해 ‘8·2대책’ 때는 나오지 않았다.
한 청장의 브리핑 참석 이유는 3일 만에 밝혀졌다. 국세청이 주택임대소득 탈루혐의자 1,500명에 대한 세무검증에 들어가기로 한 것이다.
이는 주택임대차정보시스템(RHMS) 덕이다. 국토부가 구축한 RHMS가 이달부터 본격 가동되면서 임대차 신고가 되지 않았던 505만가구가 새로 드러났다. 지금까지 공식적으로 임대차 정보를 파악할 수 있었던 주택은 187만채였다. 이는 확정일자 신고와 월세세액공제 신고, 민간임대사업자 등록 등을 통해 파악한 주택이다. 자가거주나 공실 여부 파악은 쉽지 않았다.
지역별로 보면 서울 거주자가 임대를 준 주택 127만8,659가구 중 임대료 파악이 안 된 가구는 71만4,077가구로 55.8%였다. 지방 거주자가 보유한 주택 403만2,543가구 가운데 임대료 정보가 없는 가구 수는 81.5%에 달한다. 국토부는 “임대료 정보가 없는 곳은 한국감정원의 전국 임대료 시세자료로 소득 추정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RHMS는 임대차시장의 사각지대를 없앴다. 과세당국은 RHMS의 건축물 에너지정보를 활용해 공실 여부까지 파악할 수 있게 됐다. 임대사업자가 세를 주지 않았다고 주장할 수 있는 여지가 사라진 것이다. 국세청의 한 관계자는 “전기료나 수도료 등으로 세를 실제로 줬는지 알 수 있게 됐다”며 “이를 통해 과세 사각지대를 없앨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이를 바탕으로 국세청은 주택임대소득 탈루 사례를 다수 찾아냈다. A씨는 전국에서 아파트 60채를 취득해 친인척 명의로 보유·임대하면서 사업자 등록을 하지 않고 월세 수입 7억원을 누락했다. B씨는 서울 이태원에 고급빌라 17채를 갖고 있으면서 고액의 월세를 선불로 받은 뒤 이를 신고하지 않았다. 외국인이 월세 세액공제를 받지 않는다는 점을 이용한 것이다. C씨는 법인 돈을 빼돌려 강남에 주택 6채를 사들인 뒤 월세를 친인척 명의의 계좌로 받다가 덜미를 잡혔다. 국세청은 C씨에 대해 6억원을 추징했다.
상가 세 수입은 신고하면서 주택분은 누락한 경우도 있었다. D씨는 서울 강남에 고급 아파트 2채와 4층짜리 상가겸용주택을 갖고 있으면서 상가 임대 부분만 신고하고 주택 부분은 빠뜨렸다.
세무업계에서는 정부의 임대소득 검증이 더 세질 것으로 보고 있다. 내년부터 그동안 비과세였던 연 2,000만원 이하의 임대소득에도 과세가 되고 3채 이상 전세보증금에 대해서도 간주임대료가 적용되기 때문이다. 국세청도 고가·다주택자들을 대상으로 세금 납부 여부를 주기적으로 검증할 계획이다. 부동산 관련 증여세와 상속세 세무조사도 추가로 벌인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총 6차례에 걸쳐 부동산 증여세와 상속세 탈루혐의자 2,003명이 세무조사를 받았다. 신방수 세무사는 “임대사업자로 등록하면 필요경비율 인정 및 건강보험료 등에서 혜택이 있다”며 “지금이라도 임대 등록을 통해 절세 방안을 찾는 것이 낮다”고 설명했다.
/이혜진기자 세종=김영필기자 susop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