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에서 회계학을 전공하며 회계사를 꿈꿨다. 시간이 지날수록 적성에 맞지 않다는 생각에 다른 대학의 중국어과로 편입했고 중국 베이징대에서 교환학생을 하며 자연스럽게 중국의 매력에 빠졌다. 귀국 후 대기업에 입사했지만 4개월 만에 퇴사하고 중국인을 상대로 화장품을 판매하는 사업에 나섰다.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나선 결과는 처참했다. 물건을 전부 세관에 압수당해 큰 손해를 입었다. 실패에 굴하지 않고 마스크팩과 여성의류 등을 중국에 위탁 판매하는 사업에 나섰다. 점차 사업이 커지면서 수익을 낸 것도 잠시, 사기를 당해 한국으로 돌아왔다.
지난 2016년 6월 ‘꽃을담다’를 통해 세 번째 도전에 나선 이인표(31·사진) 대표의 이야기다. 그는 “두 번의 실패로 너무 큰 욕심을 부리면 안 된다는 것과 한 기업의 대표는 누구보다 많은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고 말했다.
꽃을담다는 국내에서 생산된 꽃을 이용해 만든 꽃차를 제조·판매하는 스타트업이다. 흔히 볼 수 있는 꽃차 외에도 ‘플라워티스틱’과 꽃과 과일을 건조해 만든 ‘플라워워터’ 등도 함께 판매한다. 이 대표는 “두 번째 실패 후 뭘 해야 할지 고민하던 도중 꽃차 소믈리에 교육을 받던 어머니를 통해 꽃차를 처음 접하게 됐다”며 “가벼우면서도 무게당 단가가 많이 나가는 아이템을 찾고 있었는데 가장 적합한 아이템이라는 판단에 창업에 나섰다”고 밝혔다.
대표 상품은 플라워티스틱이다. 이 제품은 모양을 낸 꽃차를 유리병에 담아 세트로 판매하는데, 꽃차의 맛과 향, 아름다움을 유지하면서 고급스러움까지 살린 덕에 선물용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이 대표는 “창업에 나서기 전에 시장을 분석한 결과 꽃의 아름다움을 살리지 못한 제품 패키지와 자가 소비 시장만 공략하는 점이 문제라고 판단했다”며 “자가소비시장에서 영역을 넓히기 위해 스틱 제품을 만들어 선물 시장과 카페 시장으로 확장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국내산 국화꽃 1kg가 40만~50만원에 달할 정도로 가격이 비싸다”며 “특히 꽃차는 허브차와 달리 사람이 일일이 꽃의 모양을 살려야 해 인건비가 많이 들기 때문에 자가소비시장보다는 선물용 시장이 적합하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의 판단은 적중해 플라워티스틱은 단체 선물용으로도 각광 받으며 대기업 판촉용으로 러브콜이 끊이지 않고 있다. 또 지난해 5월 현대백화점 중동점에 입점한 것을 시작으로 현재 신세계와 롯데 등 3대 백화점에서 판매되고 있으며, 이니스프리 그린카페 등 전국의 70여개 카페에서도 사용 중이다.
꽃을담다는 설립 2년여 만에 수출 계약까지 맺는 등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현재 미국과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홍콩 등의 업체와 계약을 맺고 수출을 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말 카페24(042000)를 통해 영문몰을 구축한 뒤에는 해외 소비자들의 개별 주문도 이어지고 있다. 이 대표는 “해외에서 직접 광고를 하지 않았음에도 입소문이 퍼지면서 크리스마스 시즌 등에 특히 많은 주문이 들어왔다”고 귀띔했다.
이 대표는 꽃차 판매를 넘어 관광 사업까지 꿈꾸고 있다. 일본 홋카이도의 라벤더 밭이 관광지로 인기를 끄는 것처럼 꽃을담다도 꽃차 밭을 관광 아이템으로도 이용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 대표는 “한가지 꽃을 테마로 잡아 아이스크림이나 빵, 초콜릿 등 다양한 메뉴를 개발한 뒤 이를 꽃 재배농가와 결합해 하나의 관광지로 만드는 것을 고민하고 있다”며 “꽃차는 건강에도 좋은데다 음식 토핑용으로도 이용할 수 있는 등 다양한 접근이 가능해 사업의 확장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고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