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건설주가 일제히 상승 흐름을 타는 가운데 여타 건설주에 비해 우려가 많았던 대우건설(047040)도 주가 반등의 기미를 보이고 있다. 과거 대규모 부실에 대한 부담이 옅어지면서 실적개선과 남북 경제협력의 수혜 기대감이 더해진 덕분이다.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대우건설은 이달 들어 8% 넘게 상승했다. 현대건설(15%)·GS건설(9.8%)보다는 못하지만 최근 수년간의 부진한 주가를 감안하면 양호한 수준이다. 적은 금액이나마 외국인 투자가들의 매수세도 엿보인다. 이달 들어 외국인 투자가들은 93억원 규모로 대우건설의 주식을 순매수했다.
업계 전반의 훈풍에도 불구하고 대우건설은 선뜻 투자하기 망설여진다는 것이 최근까지 투자자들의 반응이었다. 대규모 해외 부실과 매각 무산 등으로 내홍이 심했던 탓이다. 지난해 8월부터 대우건설의 주가는 31%나 하락한 상태다. 같은 기간 GS건설이 65%, 현대건설이 51% 상승한 데 비하면 심하게 부진한 수익률이다.
하지만 실적 안정화를 바탕으로 조금씩 투자자들의 신뢰가 회복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상반기의 해외 수주금액이 약 4조3,000억원으로 올해 전체 수주목표(9조4,000억원)를 달성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하반기에 동남아 발전·토목 사업, 보츠와나 발전 사업 등 추가 수주가 기대되는 상황이다. 베트남 사업은 3·4분기 4차 빌라 분양이 이뤄질 예정이며 아파트 600세대도 하반기 중 분양될 것으로 전망된다.
라진성 키움증권 연구원은 “2·4분기 플랜트 부문이 적자 전환하며 실적 변동성이 이어지고 있지만 상반기의 영업이익률이 6.2%였고 하반기에도 5%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며 “실적 지속성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남북경협 수혜도 점쳐진다. 특히 산업은행이 대주주인 만큼 현대건설과 함께 경협 주도주로 부각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산업은행의 지원을 통해 민관협력사업(PPP)·민자발전소(IPP) 같은 투자개발형 사업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게다가 대우는 과거 대우그룹 시절 남포공단 조성사업 등 북한에서 진행된 여러 사업에 참여한 경험도 있다. 지난 6월 조직개편을 통해 전략기획본부에 ‘북방사업지원팀’을 신설하는 등 만반의 준비도 갖췄다.
계속된 주가 하락으로 몸값도 가볍다. IBK투자증권은 올해 대우건설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이 0.9배로 최근 5년(0.8~1.6배)간 최저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박용희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PBR이 낮은 수준이라 모멘텀이 발생하면 주가상승률이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안정적인 성장세가 정착되기까지 어려움이 많을 것이라는 우려도 여전하다. 송유림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수주잔액이 2015년 이후 감소세이고 해외 부문의 원가율도 고르지 못하다”며 최근 대우건설의 목표주가를 7,000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증권가 실적 추정치에서도 올해 대우건설의 매출은 소폭 역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증권사들은 지난해 11조7,668억원이었던 대우건설의 매출이 10조9,550억원으로 줄어들 것으로 봤다. 다만 영업이익은 지난해보다 53% 늘어난 6,577억원으로 추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