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진단 기준 강화, 초과이익환수제 등 정부의 규제로 애를 먹고 있는 재건축 단지와 달리 서울 및 수도권 주요 리모델링 추진 단지들은 사업 속도를 높이며 순항하고 있다.
17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주요 리모델링 단지들이 안전진단을 속속 통과하며 사업에 시동을 걸고 있다.
우선 강동구 둔촌동 ‘둔촌현대 1차’는 지난달 안전진단에서 B등급을 받았다. A~E 등급 중 재건축은 D등급 이상을 받아야 추진할 수 있지만 리모델링은 B등급 이상이면 가능하다. 기존 건물에 2~3개 층을 더 쌓는 수직증축 리모델링은 B등급 이상을 받아야 하고, 수평증축은 C등급 이상이 필요하다. 1984년에 지어진 이 단지는 11~14층 5개 동 498가구 규모다. 리모델링을 통해 74가구가 신축되며 일반에 분양된다. 앞으로 교통영향평가, 건축심의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성동구 ‘옥수동 극동아파트’도 최근 성동구청이 실시한 리모델링 안전진단에서 B등급을 받았다. 1986년 준공된 옥수동 극동아파트는 리모델링을 통해 현재 지하 1층~지상 15층 8개 동 900가구가 지하 5층~ 지상 18층 8개 동 총 1,035가구로 바뀐다. 용산구 ‘이촌동 현대아파트(현대맨숀)’도 지난달 C등급을 받아 안전진단을 통과했다. 1974년 준공된 현대맨숀은 수평증축을 추진하고 있다. 리모델링이 완료되면 현 653가구에서 97가구가 더 늘어난다. 현대맨숀은 연내 사업시행인가를 받고 내년에 이주하는 게 목표다.
다른 단지들도 리모델링에 속도를 내고 있다. 송파구 송파동 성지아파트는 최근 구청에 리모델링 허가를 신청했다. 리모델링 허가는 사업에 필요한 각종 인허가 중 가장 마지막 절차다. 강남구 ‘개포우성9차’는 지난 3월 리모델링 허가를 받고 이주를 앞두고 있다. 서초구 잠원훼미리는 올 7월 서초구청으로부터 리모델링 조합 설립 인가를 받았다. 중구 신당동 남산타운아파트는 서울시의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서울형 리모델링’ 시범단지로 선정돼 리모델링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
수도권에서는 분당 아파트들의 진행 속도가 빠르다. 정자동 ‘한솔마을 5단지’, ‘느티마을 3·4단지’ 등은 지난해 성남시 건축심의를 통과해 빠르면 내년 착공에 들어갈 예정이다. 광명시 철산동 ‘철산한신’아파트도 최근 리모델링 추진위원회를 발족했다. 현 정부의 안전진단 기준 강화와 초과이익환수제 분담금 부담으로 사업 진행에 난항을 겪고 있는 재건축 단지들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리모델링은 기존 건물을 전부 철거하고 새로 짓는 재건축과 달리 내력벽을 토대로 각 집의 면적·평면설계 등을 바꿔 짓는 것을 말한다. 가구 수가 15% 증가하는 범위 안에서 최대 3개 층(14층 이하 2개 층·15층 이상 3개 층)까지 수직 증축이 가능하다. 리모델링 가능 연한은 15년 이상으로 재건축(30년)보다 짧다. 조합 설립→안전진단→건축심의→행위허가→이주·착공→입주’ 순으로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