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캐버노 대법관 지명자 '성폭행 미수' 파문 확산…공개 청문회 개최

피해여성, 변호사 통해 증언 의사 밝히자 캐버노도 “내일이라도 증언”

트럼프, 캐버노 엄호하며 “충분한 과정 거쳐야”…인준 지연 가능성

브렛 캐버노 미국 연방대법관 지명자의 고교 시절 ‘강간 미수’ 의혹과 관련, 피해 여성이 침묵을 깨고 자신의 신원을 공개하며 공론화에 나섰다. /AFP=연합뉴스브렛 캐버노 미국 연방대법관 지명자의 고교 시절 ‘강간 미수’ 의혹과 관련, 피해 여성이 침묵을 깨고 자신의 신원을 공개하며 공론화에 나섰다. /AFP=연합뉴스



브렛 캐버노 미국 연방대법관 지명자의 강간 미수 의혹과 관련, 캐버노 지명자와 피해 여성이 모두 의회 증언대에 서기로 했다.

미 상원 법사위원회는 17일 캐버노 지명자의 성폭행 미수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오는 24일 두 사람을 청문회에 불러 증언을 들을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척 그래슬리(공화·아이오와) 상원 법사위원장은 “누구라도 의혹 제기를 한 데 대해 우리가 들어봐야 마땅하다”며 “안타깝게도 민주당은 동참하기를 거부했지만 (의혹을) 투명히 하기 위해 내주 월요일 공개 청문회를 개최할 것”이라고 전했다.


앞서 캐버노 지명자의 성폭행 미수 의혹을 제기한 여성인 크리스틴 포드가 의회 증언대에 설 의향이 있다고 밝힌 뒤 상원 법사위는 청문회를 개최하기로 했다. 포드는 전날 WP 인터뷰에서 1980년대 초 메릴랜드 주 몽고메리 카운티의 한 집에서 비틀거릴 정도로 취한 캐버노와 그의 친구가 자신을 침실에 가둔 뒤 성폭행을 시도했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포드의 변호인인 데브라 캐츠 변호사는 이날 미 NBC 방송 인터뷰에서 “포드가 자신의 이야기를 전달하기 위해 어떤 일도 감수하고 할 의향이 있다”며 포드가 법사위에서 증언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캐츠 변호사는 또한 포드가 캐버노의 행위를 ‘강간 미수’ 라고 생각한다며 “그녀는 캐버노가 극도로 만취한 상태만 아니었다면 실제로 성폭행을 당했을 것이라고 믿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캐츠 변호사는 “이번 공개는 정치적으로 동기가 부여된 행동이 아니다. 그녀는 당초 이 사건을 공개하길 꺼렸다”고 설명하면서 캐버노의 지명 철회 여부에 대해 포드가 특별한 입장을 갖고 있지는 않다고 밝혔다. 캐츠 변호사는 ABC 방송 인터뷰에서도 “포드가 의회의 조사 과정에 기꺼이 협력할 의사가 있지만, 워싱턴에서 벌어지는 ‘유혈극’의 일부가 되길 원하지 않는다”며 “포드는 제2의 ‘애니타 힐’이 되고 싶어 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애니타 힐은 1991년 미국 연방대법관 인준청문회에서 당시 대법관 후보이자 자신의 상사였던 클래런스 토머스의 성희롱을 고발한 흑인 여성변호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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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당초 20일로 예정됐던 상원 법사위의 캐버노 지명자 인준 표결 절차도 연기됐다. 트럼프 대통령과 백악관은 과도한 인준 지연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며 캐버노 지명자를 ‘엄호’했지만 피해자 증언 청취는 필요하다고 인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캐버노 지명자에 대해 “그는 모든 이들로부터 존경받는 뛰어난 사람이다. 직책이 위로 올라가면서 연방수사국(FBI)이 6차례나 검증을 진행했지만 이력 상 작은 흠결조차 없다”며 “매우 양질의 특별한 사람”이라며 옹호했다.

캐버노 지명자가 자진사퇴 의견을 표명했느냐는 질문에도 “터무니없는 질문”이라고 일축하고 그의 인선이 여전히 정상궤도(on track) 위에 있다고 강조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월 이미 관련 정보를 입수한 민주당이 모든 절차가 다 끝난 지금 문제로 삼을 게 아니라 진작에 이를 공개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그럼에도 불구, 우리는 충분한 과정을 거치기를 원한다. 모든 이의 말을 끝까지 들어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모든 미국 국민이 만족할 수 있도록 이러한 과정을 거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인준 절차가) 조금 지연된다면 조금 지연되는 것이다. 분명히 그리 많이 지연돼선 안된다”고 말했다.

켈리엔 콘웨이 백악관 선임 고문도 이날 폭스뉴스를 통해 “이 여성은 모욕당하거나 무시당해서는 안 된다”며 의회에서 증언이 청취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그는 “이 과정으로 인해 과도하게 캐버노 지명자에 대한 표결이 지연돼서는 안 된다”고 전했다.

파문이 확산되자 캐버노 지명자도 이날 오전 백악관을 통해 성명을 내고 “완전히 무고이다. 피해자라는 여성이 주장하는 것과 같은 짓을 그녀든 어떤 누구에게든 결코 한 적이 없다”며 “이러한 일이 결코 일어난 적이 없기 때문에 그녀가 어제 자신의 신원을 밝히기 전까지 나는 누가 이러한 혐의를 주장하는지 전혀 알지 못했다”고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이날 오후 백악관 라즈 샤 부대변인은 “캐버노 판사는 이 무고에 대한 결백을 증명하기 위한 청문회를 고대하고 있다”며 “상원이 청취할 준비가 돼 있다면 그는 내일이라도 증언할 준비가 돼 있다”는 성명을 배포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백악관이 ‘피해 여성’의 진술 청취 절차의 필요성을 인정한 것에 대해 11월 중간선거에 앞서 미칠 역풍 등을 감안, 여성 표심을 염두에 둔 측면도 있다는 해석이다. 이번 사안은 그 향배에 따라 중간선거 국면에서 변수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다원인턴기자 dwlee618@sedaily.com

이다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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